재무건전성 1등은 일진머티리얼즈···2023년 생산능력 1위 뺏길 수도솔루스첨단소재, 실적 성장 중이지만 증권업계 기대치에 못 미쳐SK넥실리스, 추가 투자 위해선 SKC 수익 확대·자금 조달 필요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세계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며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 속에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핵심소재로 떠오른 동박 3사는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발 빠르게 늘리는 중이다. 동박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최소 5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기업들의 재무 상황과 투자 규모·속도 등에 따라 점유율은 바뀔 수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C(011790)는 지난 18일 폴란드에 약 9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5만t 규모의 동박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현재 SKC는 자회사 SK넥실리스를 통해 동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C의 공장이 세워질 폴란드 스탈로바볼라 산업단지 근처에는 주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장들이 있다. SKC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유럽 지역 동박 생산 거점 투자를 위해 폴란드 정부와 협의해 왔다”라며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착공한 SKC는, 이번 투자 외에 추가로 유럽에 5만t 규모를 증설할 계획이다. SKC 측은 “현재 연 4만3000t 규모인 전북 정읍 공장을 5만2000t으로 키우고, 미국 공장의 생산능력도 확충해 2025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연 25만t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나다 솔루스첨단소재 공장 부지. 사진/솔루스첨단소재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지난 15일 국내 전지박 업계 최초로 북미 시장에 독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캐나다 퀘백주 그헝비에 연간 6만t 규모의 전지박(동박) 생산이 가능한 부지를 매입했다고 전했다.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총 매입 금액은 770억원이다. 해당 부지에는 유럽법인 ‘서킷 포일 룩셈부르크(CFL)’가 2011년 설립해 2014년까지 상업 가동한 동박 공장이 있는데, 증개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솔루스첨단소재의 북미 첫 전지박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장을 새로 세우는 대신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비용 절감과 인허가 기간 단축을 노렸다. 퀘백 공장은 이르면 2024년 전지박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북미 내 배터리셀 업체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솔루스첨단소재 측은 “자체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한 북미 독자 진출로 현지 잠재 고객사 수요에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부응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역시 헝가리 괴돌레에 부지 2만평을 확보하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우선 국내 익산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든 동박을 자르는 공정을 수행할 가공(슬리팅) 전용라인을 세운 후 용해·제박 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공장 설립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일진머티리얼즈 등 이른바 동박 3사가 이처럼 생산능력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동박의 공급자 우위 시장이 최소 5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25년 전지용 동박 수요는 159만t으로, 올해보다 3.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3사가 예정된 생산량을 채운다고 해도 전체 수요의 50%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2023년부터 동박 부족 현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동박. 사진/SK넥실리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로, 배터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동박의 경우 얇고 넓고 길게 만들면서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특성을 충족해야 해서 기술력이 좋은 우리 기업들의 제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동박 3사 중 어느 기업이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판매량 순위를 집계한 결과, SK넥실리스가 22%로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왓슨과 대만의 장춘이 각각 점유율 19%, 18%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SK넥실리스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액 1770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 늘었고, 영업이익도 26.3% 이상 증가했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431억8800만원, 단기성차입금은 335억8900만원으로 유동성 문제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SK넥실리스를 지원하고 있는 모회사 SKC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와 SK넥실리스 인수 등의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된 모습”이라며 “중단기적으로 해외 공장 건설 등 자금 소요를 감안하면 대규모 차입금 감축 가능성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C의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39.2%로 신용평가사의 건전성 기준인 30%를 웃돌고 있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608억원으로, 313억원이던 지난해 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단기성차입금 역시 현금성자산의 2.5배에 가까운 1조329억원을 기록해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김성진 연구원은 “담보 여력과 상장사로서의 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커진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익성 확보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만 총 1조6000억원의 투자가 결정된 가운데 SK넥실리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아직 9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어, 재무 부담 축소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도 재무 부담이 있는 만큼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SKC 측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39.1% 증가하는 등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현금 창출력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글로벌 판매량에서는 13%로 4위에 그쳤지만, 생산능력(Capacity) 기준으로는 글로벌 2위·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40억원인데 비해 현금성자산이 1968억원에 달할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순차입금의존도도 –12.2%로 재무건전성도 뛰어나다. 문제는 다소 보수적인 투자 계획이다. SK넥실리스의 경우 2025년까지 25만t 규모로 연간 생산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일진머티리얼즈의 같은 해 연 생산능력은 15만t이 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에는 SK넥실리스의 생산능력이 일진머티리얼즈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박의 경우 수요가 점점 늘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비 확대를 고려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재무건전성은 뛰어난 편이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상반기 기준 2.6%에 불과하며, 현금성자산도 단기성차입금보다 21% 가량 많다. 아쉬운 점은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솔루스첨단소재의 매출액은 10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9% 성장했지만, 증권사 추정치보다는 8% 이상 적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9.23% 줄었고, 증권사 추정치보다도 70.45% 낮은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적자였던 작년과 비교하면 흑자를 냈다는 성과가 있었지만, 증권사의 기대치보다는 91.22% 적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실적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
LG화학(051910)·SK온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이 선제적으로 체결됐다는 점, 계속해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2022년부터는 실적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