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한국씨티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신용등급 강등 현실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기순이익과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수익성 반등이 요원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로 시장 지위 저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요소를 하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더구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씨티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611억원 대비 37.5% 축소됐다. 2018년 3074억원, 2019년 2794억원, 지난해 1878억원을 시현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수익성 하락이 유력한 셈이다.
씨티은행은 올 3분기 실적에 대해 조달비용 증가와 저수익 유동자산 증가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듦에 따라 이자수익, 총수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비용은 전년 동기 일회성 비용 환입의 기저효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올 3분기 씨티은행의 NIM은 1.85%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8%와 비교해 0.23%p 떨어졌다. 동기간 이자수익은 각각 6067억원, 6724억원으로 9.8%, 총수익은 8227억원, 9433억원으로 12.8% 쪼그라들었다. 반면 비용은 6171억원, 5977억원으로 3.2% 확대됐다.
그동안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는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거나 크게 하락하면 무보증사채(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씨티은행의 ROA가 0.4%를 꾸준히 하회할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씨티은행의 ROA는 2018년 0.6%로 업계(시중·일반은행) 평균 수준을 나타냈지만, 2019년 0.5%, 지난해 0.4%, 올 2분기 0.1%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각각 0.1%p, 0.1%p, 0.3%p 밑돌았다. 올 3분기에는 0.26%를 시현하며 전년 동기 0.4%와 견줘볼 때 0.14%p 내려앉았다.
특히 일부 신용평가사는 ROA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아울러 또 다른 신용등급 하향 요인인 시장지위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씨티은행의 경우 소비자금융 철수로 이번에 23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라며 “대규모 비용 발생이 예상되며 ROA 추가 하락도 점쳐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재편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지위 저하도 예견된다”라고 했다.
또 “다만 씨티그룹에서 30억달러(약 3조5670억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수익을 나타냈던 소비자금융을 폐지하고 강점을 지닌 기업금융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이후 ROA와 시장지위가 개선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4월 미국 씨티그룹이 소비자금융 출구 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하는 전체 매각을 우선 추진했지만, 불발됐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인수의향자들과 매각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씨티은행이 짊어져야 할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여타 은행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발행금리에 영향을 주며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현재 씨티은행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로 여타 은행과 동일하다.
씨티은행은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씨티은행이 보유한 회사채는 총 1조6300억원으로 이중 2000억원이 이달 만기됐다. 내년 만기되는 회사채 또한 8700억원 규모로 전체 사채 중에서 53.4%를 차지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일례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까지 약 2개월간 0.74%p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연 0.75%로 0.25%p 상향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관련 입장을 묻는 <IB토마토>에 “별도로 언급할 입장이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씨티은행지부는 23일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와 관련한 입장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씨티은행지부는 소비자 불편과 피해 방지를 위해 전체 영업점은 퇴직 직원 일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향후 2년간 거점 점포는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