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온 미니스톱, 실적 악화에 '매각가 줄다리기' 예고
1990년부터 국내 가맹사업 시작, 최근 실적 하락세
지난 2018년에도 매각 시도…롯데와 막판에 무산
원매자 이마트24·세븐일레븐 등 물망…몸값 2000억~3000억원대 거론
공개 2021-11-26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국내 시장에서 3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업계 5위 편의점 미니스톱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사모펀드를 비롯해 3년 전 매각 당시 관심을 보였던 롯데와 신세계그룹의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동종 업체들이 꼽힌다. 미니스톱은 전국 260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해 출점경쟁 악조건을 뚫고 점포 수 덩치를 키우면서 업계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장점에도 최근 급격히 실적 침체가 이뤄지고 있어 ‘몸값’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을 전개하는 일본 이온그룹(AEON)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8월 이온그룹이 미즈호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면서부터 한국미니스톱 매각설은 점화되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온그룹은 편의점 미니스톱을 보유한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100%를 갖는다.
 
한국 미니스톱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본 본사로부터) 별도 피드백 받은 게 없어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미니스톱 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앞서 2018년에도 한차례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국미니스톱 몸값은 4000억원 수준이었다. 딜에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를 전개하는 롯데와 신세계그룹, 사모펀드 글랜우드PE가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롯데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해 인수 막판 테이블까지 갔지만, 거래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이번 매각은 2018년과 국면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바로 ‘몸값’ 때문이다. 미니스톱은 1990년부터 국내에서 가맹사업을 개시한 업계 1세대로 꼽힌다. 편의점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치킨, 핫도그 등 즉석조리식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마니아층을 쌓아왔지만, 최근 수년째 업황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니스톱 기업가치가 2000억~3000억원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인 EBITDA(에비타, 상각 전 영업이익) 수치를 살펴보면 미니스톱 에비타는 2018년 408억원, 2019년 854억원 2020년(2020년3월~2021년2월) 663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미니스톱 에비타에 3배, 4.5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수준이 나온다. 만약 몸값을 4000억원으로 놓고 보면 6배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는 롯데그룹의 바이더웨이 인수 케이스와 비교하면 다소 멀티플이 낮아 보일 수 있다. 롯데는 2010년 바이더웨이를 275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직전연도 2008년 바이더웨이의 에비타 280억원 기준 9.8배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러나 당시 시장점유율이 세븐일레븐 16%, 바이더웨이는 약 10%에 달했고, 편의점 산업이 막 성장기에 접어든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미니스톱에 당시 바이더웨이 멀티플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IB업계 시각이다. 실제 롯데는 바이더웨이 인수를 통해 편의점업계 시장점유율 26%를 확보하며 3위 사업자로 큰 성장을 거뒀다.
 
출처/세븐일레븐
 
무엇보다 멀티플 축소에는 미니스톱 ‘실적 악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니스톱 매출을 살펴보면 2017년 1조1852억원을 정점을 찍고 매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 기준 1조785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15년 132억원 수준에서 2016년 34억원→26억원→46억원→2019년 27억원, 지난해에는 (-)1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미니스톱 측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에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새 먹거리로 낙점한 ‘패스트푸드’ 사업도 아직은 물음표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푸드 전문점 ‘수퍼바이츠’를 오픈했다. 현재 3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니스톱에 따르면 아직 가시화된 가맹 계획은 없지만, 테스트를 거친 후 가맹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자 한다. 그러나 외식업 사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짙다. 수익성 확보까지 시행착오가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신세계푸드(031440) 노브랜드버거다. 노브랜드버거는 2년 만에 150개 점포를 오픈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음에도, 오는 2022년에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성장에도 단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한편, 미니스톱 원매자로는 편의점업체와 사모펀드가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편의점업계 3위 세븐일레븐과 4위 이마트24가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치열한 출점경쟁 속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단숨에 2600개 이상 점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입장에서는 이마트24와 격차를 더욱더 벌림과 동시에 2위 GS25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위치에 올라서고, 점포수 6000개에 미치지 못하는 이마트24는 3위 세븐일레븐과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힐 수 있다. 아울러 규모가 커지면 운송, 상품조달, 기획 등 부문에서 비용 효율이 극대화돼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이마트24의 경우에는 2019년 매출 1조3545억원, 지난해 1조6261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1억원→219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수익이 안 나는 상태다. 이마트24는 모회사 이마트(139480)를 통해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24는 자산 5352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 금융자산 포함)이 19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마트도 연이은 투자확대로 미니스톱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에스케이와이번스 야구단(100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50억원), 이베이코리아(지분 80%, 3.4조원), 스타벅스코리아 잔여지분(1.3조원(재무적투자자 FI 8630억원 포함)) 등 자금 소요 폭이 큰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을 전개하는 롯데도 마냥 적극적인 입장은 아닐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004990)는 코리아세븐 지분 79.7%를 갖는다. 최근 세븐일레븐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니스톱까지 품으면 편의점 사업 정상화가 더욱더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븐일레븐을 전개하는 코리아세븐(별도)은 2018년 영업이익 424억원→456억원→지난해 85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8%에서 지난해 351%까지 치솟았다. 올해 6월에는 저조한 수익성 및 재무부담 확대로 신용등급까지 강등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편의점이 퀵커머스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유통기업에서부터 IT 등 다방면 업체들이 스터디 차원에서 관심을 보일 것 같기는 하다”라면서 “다만 이게 본입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라면서 “인수에 위험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단독 인수보다는 재무적 투자자를 끼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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