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저축은행이 업계 최고 기업신용등급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진/네이버 지도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적정성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받으면서 업계 최고 기업신용등급(ICR)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가계대출 급증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했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최소 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자기자본을 늘려 비율을 맞춘다. 위험가중자산이란 대출금, 유가증권, 예치금 등 자산 유형별 부실 가능성을 감안해 산출한 자산 규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한국투자저축은행에 경영유의사항 7건,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2년간 가계대출이 불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했지만, 관리방안과 자본확충 계획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에 상응하는 중장기 리스크 관리방안을 설정하고 경기 변동 기타 영업여건 악화 등을 대비한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방안과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ICR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앞서
한국기업평가(034950)는 BIS 자기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13.5%를 하회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2018년 16.1%에서 2019년 15.3%, 지난해 13.7%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2%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15.7%를 나타낸 것을 고려하면 내림세가 뚜렷한 셈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2018년 2조4632억원에서 2019년 3조59억원, 지난해 3조7848억원, 올 상반기 4조776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동기간 자기자본비율은 12.7%에서 12.5%, 10.7%, 9.6%로 내리막을 걸었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자기자본 비율을 뜻한다. 즉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위험가중자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 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저축은행 업계 최고 ICR인 A를 받고 있었으나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해당 지위를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늘린 상황에서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됐기 때문에 운용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했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조3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7696억원 대비 79.6% 늘었다. 같은 기간 담보대출이 3조2717억원, 2조3464억원으로 39.4% 증가하고 보증대출이 873억원, 1504억원으로 42%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성장을 이끌었다. 신용대출이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2%, 23.6%로 6.4%p 확대됐으며 담보대출(69%)과 보증대출(1.8%)은 각각 동일한 2.8%p씩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수익 하방성 압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4%p 인하됨에 따라 운용수익률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이 밝히며 “가계신용대출 중심 성장전략을 고려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라며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신규 보유했으나 평가손실이 일부 발생하며 장부가액은 199억원을 나타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매도가능자산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은 KB금융조건부(상)6-1, 하나금융조건부(상)8, 우리금융조건부(상)9(신종)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사가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발행한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준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하고 있다"라며 "연말에는 6월 말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3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318억원 대비 20.1% 도약했다. 다만 총자산순이익률(ROA)는 각각 1.5%, 2.1%로 0.6%p 떨어졌으며 총자산경비율은 1.5% 지난해와 같았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