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인
포스코케미칼(003670)이 음극재 부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극재 생산량을 늘려 배터리 소재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음극재 부문 강화가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케미칼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인조흑연 음극재 회사인 시누오(내몽고시누오신재료과기유한회사, Inner Mongolia Sinuo New Material Technology Co.,Ltd)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하는 금액은 총 261억3880만원이며,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2.55% 규모다.
이번 지분 투자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포스코케미칼이 시누오의 인조흑연 음극재를 국내 2차전지 제조 기업에 독점으로 팔 수 있는 판매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연 2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시누오의 경영에 참여하고,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것이 포스코케미칼의 계획이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천연흑연 음극재보다 충·방전 효율이 높고, 배터리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가 부푸는 ‘스웰링’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조흑연 음극재의 활용도 2020년 60%에서 2025년 7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음극재 부문 강화를 위해 인조흑연 음극재 회사인 시누오를 택한 이유다.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1%로 세계 4위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원료 채굴·중간 원료·소재 생산에 이르는 음극재 사업의 가치사슬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음극재 생산능력을 올해 4만4000t에서 2025년 17만2000t, 2030년에는 26만t까지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급 문제·중국 전력난 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포스코케미칼이 단기간에 수익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를 통해 음극재 생산을 늘려 수요에 대응한다고 해도, 자동차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배터리 생산량도 줄어 실적 개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전기차 생산 감소로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부문 매출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부문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8% 감소했고, 3분기 매출 역시 2분기보다 0.2% 줄었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양·음극재 부문이 포스코케미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로, 해당 부문의 실적이 줄면 전체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조흑연 음극재는 전기차 외에도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어 투자 가치가 큰 소재이지만,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주로 공급되는 만큼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