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EBS에는 “명의(名醫)”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의하면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각 분야 최고의 명의를 선정”하고 “<명의>만이 들려줄 수 있는 해당 질환에 대한 통찰력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면서, 건강한 개인을 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또 신문에서는 “명의를 찾아서”라는 시리즈 기사를 싣기도 한다. 누구나 아프면 명의를 찾아서 치료받고 싶어 한다. 암과 같은 중병의 경우에는 명의를 더욱 찾아서 명의로부터 진찰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능력 있는 변호사일수록 찾는 고객이 많아서 바쁘다. 공인회계사나 세무사가 세무업무를 할 때도 고객은 유능한 세무대리인을 찾는다. 세무조사를 통해 많은 금액이 추징될 경우에 고객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능력 있는 명(名)세무대리인을 찾는다. 대입수험생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일타강사’를 찾는다.
그런데 회계감사 시장에는 ‘명감사인(名監査人)’이 존재할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회계감사 시장에는 왜 명감사인이 존재하기 어려울까?
그것은 먼저 시장의 차이에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의료행위의 경우에는 의사와 환자가 존재한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행위의 수혜자인 환자는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나 회계감사의 경우에는 감사인과 고객(기업)이 있지만 주주나 채권자 등과 같은 제3자도 존재한다. 감사인은 기업을 감사하고 기업으로부터 감사보수를 받지만 회계감사의 주된 수혜자는 기업이 아닌 제3자다. 즉, 의료행위에는 의사와 환자라는 ‘양자관계’가 성립하지만, 회계감사에서는 감사인과 기업, 제3자라는 ‘삼자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의료행위에서는 양자관계가 성립하여 환자가 수혜자이므로 대가(병원비) 지급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러나 회계감사에서는 삼자관계가 존재하여 주된 수혜자가 아닌 기업이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가(감사보수) 지급에 소극적이다.
의료행위는 환자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받지만, 회계감사는 법에 의해 강제된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따라서 환자는 명의를 찾지만 기업은 명감사인을 찾지 않는다. 아니 명감사인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기업은 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회계감사를 받고 대가를 지급하는 소극적인 주체일까? 기업은 회계감사의 수혜자가 아닐까? 회계감사를 받고 적정의견을 받게 되면 그 기업의 투명성이 증가하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도 회계감사의 수혜자다. 기업이 회계감사를 받지 않거나 적정의견을 못 받은 경우의 기업 피해를 생각한다면 기업도 회계감사의 주된 수혜자다. 또한 재무제표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를 통해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발견 및 시정하는 것은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
명감사인의 존재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주체는 주주나 채권자와 같은 제3자다. 따라서 제3자가 기업에게 명감사인 선임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분식회계 발생 시 주된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감사위원’)이나 감사는 명감사인 선임에 앞장서야 한다. 물론 기업도 명감사인 선임이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명감사인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 아니 명감사인으로 소문나면 그 회계사는 업계를 떠나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도 들린다. 기업은 제대로 감사하는 감사인을 피하려고 한다, 명감사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주주와 채권자, 기업, 감사위원이나 감사 등이 피해를 본다, 따라서 우리가 아프면 명의를 찾듯이 기업은 명감사인을 찾아야 한다. 또한 기업이 명감사인을 찾도록 주주나 채권자, 감사위원이나 감사가 앞장서야 한다. 특히 감사위원과 감사는 신외감법에서 주어진 외부감사인 선임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명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명감사인이 대접받아야 우리나라에서 회계감사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명감사인이 대접받는 세상,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