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 연초 대비 64% 급락…빚투도 '주춤'금리인상·유가상승·테이퍼링 하방리스크에 증시 출렁NH·삼성·키움 등 증권사 3분기 추정 영업익, 전년비 7.6% 감소
유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내 자산매입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당장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힘들어진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조달 후 금융비용이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유동성이 사라지는 상황에서의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동학개미를 등에 업고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증권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유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외 변동성이 확대되며 유동성 하방 경직성이 높아진 데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로 몰렸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한국 증시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며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유동성 잔치도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23조1736억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거래대금이 65조원(1월11일 기준)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64.3% 급감한 것이다. 거래대금은 증시가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졌나를 알 수 있는 가늠자로, 주식 투자에 대한 열기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은 44조원에서 12조645억원으로 72% 급감했으며, 코스닥은 20조4048억원에서 11조1058억원으로 반 토막났다.
출처/한국거래소
코스피는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열었지만,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반영되며 10월5일부터 7거래일 연속 3000선을 하회하는 등 주춤하고 있다.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식 거래대금 역시 9월 들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실제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 42조원에서 2월 32조원으로 줄어든 이후 3~8월까지 26~28조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9월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24조9555억원, 10월 평균 거래대금은 24조1600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식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용융자잔고 또한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3조539억원으로 전월 말(24조8393억원) 대비 7.2%(1조785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하락과 대출 규제 등으로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기도 줄어든 셈이다.
증시를 지탱해 온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해지자 동학개미를 등에 업고 호실적을 시현해 온 주요 증권사들의 기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주식매수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몰리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수수료 이익이 급증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077억원, 2085억원으로 4.6%,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나왔다. 순이익 또한 키움증권(1850억원)은 1년 전보다 29.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며 NH투자증권(1740억원), 삼성증권(1916억원), 미래에셋증권(2275억원)도 각각 27.4%, 18%,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등 확대된 유동성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개인자금의 증시유입이 둔화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가 상승, 중국의 전력 생산비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의 빠른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매년 4분기는 세법상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회피 노력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 축소됐고, 부진한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올해 4분기도 회전율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사진/백아란기자
국내 증시 조정이 다소 길어지는 점, 향후 기준 금리가 1~2회 정도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유동성이 축소되는 흐름인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증권업종 관련 주요 시장 지표들은 대체로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면서 “일평균거래대금은 최근 8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됐고, ELS 조기상환(10조2000억원)은 글로벌 증시 둔화와 발행 규모 부진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35.7%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채권 금리가 기준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ELS 조기 상환의 경우 발행이 둔화되는 영향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유의미한 반등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리상승 환경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강화 조치,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소진 감안 시 개인자금의 증시로의 신규유입 강도는 향후에도 강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