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SM(삼라마이다스)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인 SM상선이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 준비에 본격 돌입하며 몸값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근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평가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글로벌 석탄 부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은 실적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됐던 3조원보다는 낮아진 금액으로 2조원을 넘는 선에서 기업가치를 전망하고 있다.
13일 IB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오는 11월 1~2일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11월 4~5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M상선은 상장 예정인 8461만550주 중 3384만4220주를 공모하며,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005940)이 맡는다.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수출화물을 싣고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SM상선
이번 공모를 위한 주당 가치 평가는 국내와 해외 증권시장에 기상장된 비교기업의 2021년 반기 기준 최근 4개 분기(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반기까지) 실적을 적용해 EV/EBITDA(기업의 시장가치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값)를 산정했으며, SM상선의 올해 반기 기준 최근 4개 분기 실적을 적용해 공모가액을 산정했다.
SM상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28억원, 영업이익 1405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실적 상승이 더 확대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은 1분기 매출액 대비 16.7%, 영업이익은 29.2% 각각 증가했다.
이에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1차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격은 1만8000~2만5000원으로 이중 최상단인 2만5000원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공모 직후 예상시가총액은 2조1152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 한진해운 조직 대부분을 인수해 설립된 SM상선은 박기훈 대표이사가 이끄는 해운 부문을 주력으로 건설 사업부문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상장 준비와 관련해 박기훈 해운부문 대표는 “상장 이후에는 신규 자산 확보와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전략에 집중해 향후 어떤 외부 환경적 변화가 발생해도 흔들림 없는 탄탄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로 도약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SM상선의 해운부문은 컨테이너선 운임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총 18척의 선박 운용을 통해 롱비치·시애틀·밴쿠버·포틀랜드 등을 기항하는 미주 서부 노선 4개와 상하이·하이퐁·호치민·방콕 등을 기항하는 아주 노선 9개로 구성돼 있다. 상장 이후 SM상선은 미국 동부 최대 항만인 뉴욕항, 사바나항, 찰스턴항 취항을 통해 미주 동안 노선에 진입을 노리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추이. 사진/Clarkson
특히 SM상선 매출의 97.27%를 차지하고 있는 화물운송 시장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선박 공급량이 화물 운송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불균형의 구조를 보였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컨테이너선사들이 보수적인 선복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확대, 해운얼라이언스 강화로 SCFI종합지수(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5개 노선의 스팟(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종합해 발표하는데 해상운임의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로 올해 상반기 SCFI는 평균 3712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SCFI가 1022.72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세계 해운물동량이 전년 대비 30% 내외의 감소할 것이란 부정적인 시장전망으로 일시적인 공급량 조절에 들어가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SCFI가 4614.1로 1주 전보다는 29.69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도 SM상선의 실적 상승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변수는 최근 글로벌 석탄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이 해운운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SM상선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른 운송용 석유 수요 증가 전망,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 등의 확산으로 인해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해운업체에게는 주요한 원가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SM상선의 경우 연료비가 매출원가의 11%를 차지하고 있어 유가 상승시 매출원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15% 상승한 80.6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폭락했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4배가량 오른 것이다.
이 경우 EV/EBITDA로 책정된 공모가액도 더 낮아질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해운업계 호황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서 SM상선의 시가총액 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오히려 시장 상황에 의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국제유가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유가 상승과 더불어 유가증권시장 하락도 불안요소다. 코스피지수는 10월 들어 6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진 뒤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틀간 반등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3000선 아래서 움직이며 시장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동종 업계인
HMM(011200)의 경우 올해 5월27일 연중 최고치(5만600원)를 기록한 이후 40% 넘게 밀리며 2만원대로 추락했다. 이날 HMM의 시가총액은 11조8780억원으로 2021~2022년 추정 실적을 감안할 때 2021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2.8배, 2022년 기준 PER 2.5배에 불과하다.
앞서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의 2022년 실적 기준 PER 평균이 6.3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HMM의 주가는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SM상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으니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상당 부분을 유가 변동에 따른 비용보전방식이 있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국내 증시 하락은 해운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상장 준비에 있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