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임상 3상 실패를 경험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절치부심 끝에 다시 한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며 기업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의약품 출시를 위해 꼭 필요하며 4단계(1상, 2상, 3상, 4상)로 구성된다. 임상 4상은 약물 시판 후 부작용을 추적해 안전성을 제고, 추가적인 연구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통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의약품으로 선보일 수 있다.
문제는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임상을 거쳐 의약품 후보물질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이며 그 시간은 평균 10.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실패 소식은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투입했던 비용과 시간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상 3상은 다르다. 보통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는데 일단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것은 안정성과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에 재도전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0년) 신약후보물질 임상 성공률은 1상 52%, 2상 28.9%, 3상 57.8%로 3상의 성공률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임상 3상의 실패는 어떤 측면에서 실패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재도전으로 이어진 기업은 실패의 경험이 자산이 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곳으로 봐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퓨어스템-에이디주. 사진/강스템바이오텍 홈페이지
강스템바이오텍, 2년 만에 임상 3상 재도전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은 지난 9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의 3상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 4~12월 진행했던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후 재도전이다.
이번 임상 3상에서는 ‘셀럽(SELAF)’ 플랫폼 기술을 적용, 제대혈 내 극소량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순도 95% 이상 분리한 후 대량 생산을 통해 동결제형으로 만든 치료제를 활용하는 등 임상 설계를 보완했다.
또한 참여 환자 전원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위약투여 환자는 1차 시험기간 12주 경과 후 전원 시험약 투여)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구제약물·병용약물과 같이 유효성 분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을 통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스템바이오텍은 기존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유효성 평가의 적절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며 2022년까지 308명을 대상으로 17개 기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2024년 제조품목 허가를 계획하고 있다.
지트리비앤티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 상황. 사진/지트리비앤티 홈페이지
지트리비엔티, 에이치엘비그룹 투자로 재평가
지트리비앤티(115450)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의 세 번째 미국 임상 3상(ARISE-3)에서 통계적 유의차를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내용이 발표된 지난 3월18일 당시 지트리앤티의 장중 주가는 2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넥스트사이언스는 에이치엘비 그룹의 6개사와 함께 컨소시엄의 구성, 4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와 500억원의 전환사채(CB)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데 여기에 RGN-259의 가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릭스미스 본사. 사진/네이버지도
헬릭스미스, 시장 신뢰 얻기 위해 사활
지난해 9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개발명 VM202)’의 첫 번째 임상 3상이 약물혼용으로 인해 임상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실패한
헬릭스미스(084990)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김선영·유승신 대표이사는 내년 10월31일까지 회사 주가를 10만원까지 끌어올리거나 엔젠시스의 글로벌 임상 3상 성공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주주총회 이후 경영진은 보수를 받지 않고 있으며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무보수를 일하고 있다.
특히 엔젠시스 외 8개 신약 후보물질을 이른 시일 내에 임상 1상 단계에 올려놓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CMO), 전임상을 위한 임상수탁(CRO) 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방침이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