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자산건전성 열위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KDB산업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KDB산업은행의 자산건전성 열위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여신이 요주의로 대거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은 2년 넘게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기업여신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사들은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이하,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요주의는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대출채권으로 고정이하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뜻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009540)과의 ‘현물투자 및 투자계약’의 기한을 지난달 말에서 오는 12월 말로 연기했다. 2019년 3월 첫 계약을 체결한 이후 5차 수정계약서를 작성·합의해 4차례나 종결 기한을 미룬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329180)의 조선 지주사로 한국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업결합심사가 지지부진하면서 또다시 기한을 연장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M&A 기업결합심사는 필수 신고 국가인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이 맡았다. 현재 우리나라와 EU, 일본이 심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나머지 3개국은 심사를 통과시켰다. 특히 EU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사를 중단했으며 양사 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 여부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요주의여신에서 상당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요주의여신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6월 말 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1%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5.4%로 2018년 이후 개선세를 보였으나 위험업종으로 분류되는 조선, 해운, 철강 기업여신이 총여신 대비 15.6%로 높아 향후 업황 악화로 인한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주요 기간산업 육성과 지원 등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으로 여타 은행과 비교해 자산건전성이 열위하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의 NPL비율 평균은 0.3%로 산업은행은 이를 1.8%p 상회했다. 다만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7.1%로 평균(156.5%)을 0.6%p 웃돌았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대손충당금을 NPL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부실채권에 대한 대응 능력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여신의 경우 요주의로 분류되는 채권이 상당하다”라며 “매각이 완료되지 않는 이상 건전성 상향 조정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여타 기간산업의 부실 발생으로 국책은행 역할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는 건전성·수익성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보탰다.
산업은행의 수익성은 대손비용 증감과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3년 이후
STX(011810),
DB(012030)(DB그룹(옛 동부그룹)),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 발생으로 여신 자산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과 종속기업 부실에 따른 손상차손이 확대됐다며 2015년에는 1조8951억원, 2016년에는 3조64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7년 이후 대손비용이 감소하고 2018년 대우조선해양 지분 손상차손 환입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2019년에는 또다시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손상차손 발생으로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수익성 변동이 큰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2017~2019년 순익은 각각 4348억원, 2조5098억원, 4457억원으로 산출됐다.
하지만 올 상반기 산업은행은
HMM(011200) 전환사채(CB) 평가이익 증가, 한국전력 배당투자수익 증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손상차손·충당금 환입 영향으로 순익이 전년 동기 3690억원에서 2조3780억원으로 544.4% 불어났다. 신평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손상차손 환입액을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해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 2911억원의 순익을 달성했으나 올 상반기 1조23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따라 주당순익(EPS)도 2605원에서 –1만1634원으로 하락 반전했다. 산업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수는 5973만8000주로 지분율은 55.7%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대우조선해양이 우수한 수주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의 수주량이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수주잔고도 2019년 1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당분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며 누적된 발주 수요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선가 인상 추세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업황 개선과 함께 점진적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