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무색한 신한자산운용, M&A로 설욕전 통할까
운용자산 5위로 밀려…지배구조 변화 없을 듯
비은행 부문 경쟁력 제고…"내년 1월 합병 목표"
공개 2021-10-01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18: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신한지주(055550)가 브랜드 파워가 무색했던 자산운용계열사를 하나로 합치며 시장 선두를 거머쥐기 위한 설욕전에 나섰다. 한때 운용자산(AUM) 규모 4위까지 올라갔던 신한자산운용을 사모투자와 전문사모집합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신한대체투자와 합치며 시너지를 제고하는 등 비은행 부문 성장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각자 대표 체제 유지로 원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펀드 시장이 부진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내년 1월1일을 목표로 신한대체투자운용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1대 0.4430946주 비율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은 각사의 전문역량을 상호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양사는 경영효율성 증대와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해 자산운용회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지주 업계 1위를 다투는 신한지주의 입장에서는 비은행 계열사 육성 차원에서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이를 위해 신한지주는 올해 1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잔여지분(35%)을 인수·완료하며 BNP파리바그룹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사명은 '신한자산운용'으로 변경했으며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 간판도 기존 '스마트(SMART)'에서 '쏠(SOL)'로 바꿨다. 이어 탄소배출권 ETF를 출시하는 등 자산운용 부문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 선두 지위를 탈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올해 상반기 신한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더한 운용자산(펀드수탁고·투자일임계약고)은 71조7722억원으로 1년 전(62조원)보다 15% 늘었지만, 지난 1996년 신한투자신탁운용을 설립하며 운용업계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것과 달리 AUM 경쟁에서는 업계 5위로 밀려나는 등 상위권 선두 지위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운용규모 6조원대인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할 경우에도 업계 4위인 한화자산운용(108조2281억원)과의 격차는 큰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운용자산이 290조5284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각각 151조원, 109조원에 달한다. 
 
출처/금융투자협회
 
현재 운용업계에서는 ETF 등 일부 상품에 포커스를 두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합병으로 인한 실익이 어느 정도 있을지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자 삼성헤지자산운용과의 합병을 철회한 바 있다. 
  
합병 이후에도 당장 지배구조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내부 규점 상 2인 이상의 대표이사가 선임되는 경우 각자대표로 경영하도록 약관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와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대표의 임기는 각각 올해 12월 말까지로, 각각 2019년 3월과 2017년 7월 최초 선임 이후 재선임된 바 있다.
 
결국 국내외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의 업무집행사원 역할을 담당하는 신한대체투자와 증권투자신탁운용, 투자자문, 콜거래 업무를 영위하는 신한자산운용의 영역이 다른 만큼 한지붕 두가족 형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사진/신한지주
 
한편 운용사 자율권은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임원 선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모기업인 신한지주 또한 자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부규범을 바꾸면서 이사회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내부 규범에 이사회 인력을 기존 6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늘리는 내용을 추가했으며, 지주사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추천을 받아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삭제하는 등 이사회의 인사권한도 확대했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운용은 고객·상품 부문에서 각각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 선도 사업자로 성장할 예정”이라며 ”이번 합병을 통해 자산운용 시장 내 규모의 경제 확보를 확대하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수익모델 다변화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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