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출처/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제공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액셀러레이터(AC) 산업은 광산 비즈니스다. 우리는 스타트업 마이너(Miner), 즉 원석을 캐는 사람이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지난 2017년도에 출범한 사단법인 단체다. 2010년 초반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가 주목받자 국내에서도 민간을 중심으로 액셀러레이터형 사업이 도입됐다. 이와 함께 액셀러레이터 정착과 건강한 창업생태계 성장을 제도화하기 위해 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출범 초기 20여개 회원사에서 현재 90여개 창업기획자를 회원사로 보유할 만큼 성장했고 연내 100호 달성을 목표로 한다. 출범한 지 만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수십년을 이어가는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전문인력의 지속적 양성, 투자자로의 재원 확보, 투자회수 시장 체계 확립 등 전문 산업 관점에서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수장인 이준배 회장은 액셀러레이터 1세대로서 AC의 저변 확대를 위해 발로 뛰는 인물이다.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이 회장은 ‘스타트업을 귀하게 생각하는 생태계 문화’를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다음은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아직 성장하는 단계다. 액셀러레이터 하나하나가 협회의 존재 이유다. 액셀러레이터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 가장 중요한 게 액셀러레이터 산업화인데, 여기에는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발굴 능력과 인큐베이션 역량 등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하고자 노력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사업 기획자 전문인력 양성 과정이라고 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법정 교육으로 제안했다. 중기부와 AC 전문 역량을 키우는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두 번째 주된 업무는 회원사들의 소통창구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우리 회원사가 100개를 앞두는 시점에서, 일정 부분 우리 회원사를 대표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찾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역사가 짧아 법안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우리가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대표해 정책 당국자들하고 같이 하나씩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업계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올해 협회는 회원사의 소소한 소식들,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서 알리는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다양한 액셀러레이터 정보를 매주 전달하며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밴처캐피탈(VC)과 액셀러레이터(AC)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 두 집단의 역할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가.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스타트업 마인 비즈니스, 즉 광산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원석을 캐는 사람, 스타트업 마이너는 AC다. 그리고 원석을 캐서 보석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게 VC라고 생각한다. 원석을 캐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이 보석이 되면 우리나라도 이제 ‘스타트업 네이션’, 창업 국가가 될 수 있는 거다.
창업에는 수많은 실패가 뒤따른다. 기업이 성공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하는 과정이 AC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 과정을 마치 결과로 판단하는, 즉 AC를 너무 VC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스타트업 육성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AC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스스로 엔지니어링 회사를 창업하면서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들였다. 보통의 양산제조 회사처럼 제품을 설계하고 고객사의 제품을 만드는 일을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고객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그동안 우리가 엔지니어링 회사로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성공한 사례를 많이 접해온 만큼, 이 부분에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액셀러레이팅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 빌트인’이라는 프로젝트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아이빌트의 초기 모델이다.
프로젝트 당시 골프 자동화 기계 사업을 구상한 예비 창업자를 만났는데, 아이디어가 좋아 손을 잡았다. 이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우리도 수익을 내면서 액셀러레이팅 사업이 첫발을 시작한 것 같다. 이후 2012년 프로젝트를 회사로 법인화시켜 아이빌트(i BUILT)라는 업체로 분사했고, 전용 건물을 짓고 사업화에 속도를 냈다.
-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외에도 굉장히 이력이 다양하다. 소개해 달라.
△저는 특성화 실업계 고등학교를 거치며 기능을 공부했다. 졸업 후 산업용 장비 등을 설계하는 일을 장기간 하다 창업을 결정했고 좋은 기회로 당시 최연소 기능 한국인이 됐다. 정부는 선취업 후 창업을 통해 기업적 성공과 사회적 역할 수행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능 한국인을 선정하는데, 이들이 모인 게 기능 한국인 협회다. 현재 그 협회 사무총장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프렌즈 어드바이스(JB&FRIEND’S ADVICE)다. 현재 프렌즈 어드바이스 의장을 맡고 있다. 이는 창업 기업들과 AC 등을 대상으로 선생과 스승의 입장이 아닌 친구처럼 조언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청년들의 질문을 듣고 같이 방법을 찾고 고민하는 형태다. 투자와 교육 등 법적인 영역에서 상업적인 관계가 조성되는 액셀러레이터 과정과는 조금 색깔이 다르다. 향후 재단법인으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AC 사례가 있다면?
△코디네이팅하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업체가 있다. 소규모 전기 누전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를 개발하는 업체였다. 이 회사 대표는 본인이 창업을 하고 모든 걸 리드해 나가야 하는 주인정신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는 대표가 흔들릴 때마다 그를 믿고 응원하고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그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나 또한 그 친구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액셀러레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투자 AC 법을 만든 이상, 이제는 지원과 투자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투자와 보조금(그랜트)이 연결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같은 투자지원이 마치 유니콘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듯 엘리트 교육처럼 가서는 안 된다. 유니콘은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나오지 않는다. 많은 실패가 모여 승리로 가는 것이다. 관은 이익을 쫓아 성공 시장에 집중하기보다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투자 활성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스타트업과 관련한 투자 시장이 커짐에 따라, 이제는 AC도 모태 펀드를 나눠 갖는 구조가 아니라 전용 펀드를 만들어 모험 펀드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용 액셀러레이터 펀드를 만드는 필요성과 그 확대에 대해 계속 당국자과 논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C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한 자리다. 스타트업을 위하지 못하면 엑설러레이터는 누구한테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좀 더 귀하게 생각하는 생태계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창업가를 꾸준히 발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