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는 과거에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로 불렸다. 회계에서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법에서는 아직 대차대조표라는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공인회계사법에서도 대차대조표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다가 올해 7월 21일부터 재무상태표로 변경되었다.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라는 용어는 회계에서 ‘오른쪽(대변)과 왼쪽(차변)을 대조하는 표’라는 의미로 쓰였다. 재무상태표의 구성요소인 자산과 부채, 자본이 ‘균형(balance)’을 이루어 대변의 합(부채와 자본의 합계)과 차변의 합(자산)이 일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balance’에는 ‘균형’이라는 뜻도 있지만 ‘잔액’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대차대조표는 자산과 부채, 자본의 기중 변동을 반영한 기말의 ‘잔액’을 모아둔 표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였다. 대차대조표의 의미가 어떠하든 대차대조표를 이해하기 쉬운 용어인 재무상태표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늦은 감이 있지만,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한 공인회계사법의 개정은 바람직하며 이른 시일 내에 다른 법들도 재무상태표로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의 포괄손익계산서(statement of profit or loss and other comprehensive income)는 과거 손익계산서(profit or loss statement)로 불려서 ‘P/L’이라는 약자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income statement’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미국의 ‘income statement’를 번역하면 ‘이익(利益)계산서’가 되어야 하고, 국제회계기준의 ‘statement of profit or loss’를 번역하면 ‘익손(益損)계산서’가 되어야 하는데, 왜 ‘손익(損益)계산서’일까? 수익이 비용을 채우기 전까지 손실이 발생하다가 다 채워져야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손익’계산서라고 했다는 주장도 있고,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겸손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익보다 손실을 앞세워 ‘익손’계산서가 아니라 ‘손익’계산서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익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익계산서보다는 손익계산서가 더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자산과 재산은 어떻게 다를까? ‘자산(asset)’은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통제하는 현재의 경제적 자원”으로서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잠재력을 지닌 권리를 말한다. 현금이나 건물, 기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재산이라는 회계용어는 없다. 따라서 회계에서 재산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자본과 자본금은 어떻게 다를까? 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본금’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액면가액을 의미하고, ‘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상법에서는 ‘자본’을 회계상의 ‘자본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다가 2012년에야 비로소 ‘자본’을 ‘자본금’으로 변경하였다. 일상생활에서는 “사업을 확장하려는데 자본이 부족하다.”라는 식의 표현을 많이 쓰는데, 회계 관점에서는 자본이 아니라 ‘자금(현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현금은 주식 발행 외에도 차입을 통해서도 조달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과 총자산, 순자산, 자본과 총자본,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은 어떻게 다를까?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 부채 + 자본’은 가장 기본적인 등식이다. 이를 ‘총자산 – 부채 = 순자산’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총자본 = 타인자본 + 자기자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자산과 총자산 및 총자본이 같은 의미고, 부채와 타인자본이 같은 의미고, 자본과 순자산, 자기자본이 같은 의미다. 물론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회계용어는 자산과 부채 및 자본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위와 같은 용어를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회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낯선 회계용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혼동하기 쉬운 회계용어를 처음부터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회계가 어렵지마는 아닐 것이다. 또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바꾸는 등의 회계용어를 쉽게 변경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도 회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