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성장 날개가 꺾일 위기에 놓였다. 사진/현대카드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현대카드의 성장 날개가 꺾일 위기에 놓였다. 주 수입원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금융당국이 현대카드를 콕 집어 카드론 취급을 제한하라고 압박했을 뿐만 아니라 카드업계는 오는 연말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카드사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에 가계대출 총량 지침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올해 카드업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5~6%인데, 두 카드사는 2배 가까이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초과 사유를 설명하고 향후 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카드론 자산은 4조9267억원으로 전년 말 4조4210억원 대비 11.4% 폭증했으며 롯데카드는 각각 3조9316억원, 3조5477억원으로 10.8% 불어났다. 반면 동기간 신한카드는 1.9%,
삼성카드(029780)는 5%, KB국민카드는 4.5%, 하나카드는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즉 현대카드는 여타 카드사보다 카드론 영업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문제는 카드론이 현대카드의 주요 수익기반 중 하나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카드론 수익은 2973억원으로 총수익 1조2696억원 가운데 23.4%를 차지했으며 가맹점수수료 수익(4467억원)과 함께 대표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신용평가사들도 카드론이 현대카드의 카드이용실적을 끌어올렸으며 카드론과 함께 대출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현금서비스보다 차주 신용도가 양호하다고 평가한 터였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카드이용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4% 증가했다며 원인으로 카드론, 결제서비스 실적 급증을 꼽았다.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카드가 카드론 대비 차주 신용도가 열위한 현금서비스자산의 비중을 점차 축소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카드는 의존도가 높은 가맹점수수료 수익 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카드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오는 연말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점치는 이들이 많아서다.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됐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부가통신업자(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통해 도출된 적격비용을 토대로 정해졌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총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5.2%로 KB국민카드(37.6%)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하나카드(33.4%) ▲삼성카드(24%) ▲우리카드(23.3%) ▲신한카드(18.9%) ▲롯데카드(8.9%) 순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카드론 수익까지 합산하면 두 부문이 58.6%를 담당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대카드의 수익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순익은 별도 기준 18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5억원과 비교해 3.5% 성장했으며 연간 순익 또한 2018년 1537억원에서 2019년 1641억원, 지난해 2563억원으로 연평균 31.5% 올라섰다.
다만 그동안 현대카드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업계 평균을 하회했다. 올 상반기 0.8%를 시현하며 평균치(1.4%)를 0.6%p 밑돌았으며 2018년과 2019년 동일한 1%, 지난해 1.4%를 기록하면서 평균보다 각각 0.4%p, 0.2%p, 0.1%p 낮았다. 동기간 영업이익률도 평균과 견줘볼 때 0.5%p, 0.7%p, 0.2%p, 0.2%p 미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카드론 영업이 제한되면서 사업적으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라며 “이를테면 디지털화 작업 매진,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보다 적극적으로 출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0.8%~1.6%로 이미 쪼그라든 상태”라며 “연말 수수료율 인하가 유력하지만, 카드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카드사별로 수수료율 하락 폭은 다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