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지난해 합병 포기 후 직접 상장을 준비했던 에이프로젠이 결국
에이프로젠 MED(007460)(에이프로젠메디신)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선택했다. 1년 전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 KIC(현 에이프로젠메디신),
에이프로젠 H&G(109960)와의 3사 합병 추진이 금융감독원 합병비율 문제 제기로 사실상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합병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메디신은 에이프로젠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가액은 에이프로젠메디신이 1주당 1798원, 에이프로젠이 1주당 2만5199원으로 책정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은 1(에이프로젠메디신 기명식보통주식) 대 14.0150167(에이프로젠 기명식보통주식)로 산정됐다.
공시를 통해 밝힌 목적은 경영자원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과 사업 경쟁력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이다. 실제 합병이 완료되면 에이프로젠메디신의 최대주주인 지베이스의 특수관계자와 합한 지분율은 20.44%에서 보통주 기준 59.38%까지 상승하게 되는 등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다만 에이프로젠메디신의 합병 후 재무상태는 합병 전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재무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후 추정(단순합계)되는 에이프로젠메디신의 자산총계(2020년 연결기준)는 1조 2151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56억원으로 합병 전보다 각각 45.6%, 7.6% 늘어난다. 매출액의 경우도 19.5% 증가한 1519억원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적자전환되고 당기순이익은 -1447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등 재무적인 합병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에이프로젠은 2019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합병 후 지속적인 자금소요가 발생, 재무부담은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은 흡수합병 결정을 공시한 날 10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결국 이번 흡수합병 결정은 에이프로젠의 우회상장 방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동안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흡수합병 포기 이후 코스피 시장으로 직접 상장을 준비했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이후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은 영업적자를 내더라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경우 공모자금 확보라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과정을 고려할 때 많은 시간이 필요, 연내 상장은 어렵다.
이에 에이프로젠은 증시 입성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빠른 상장이 주주분들께도 긍정적이라고 봤다”라며 “직접 상장보다는 합병을 통해서 상장효과를 내는 것이 일정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와 비슷한 구조로 작년에 진행됐던 흡수합병이 무산된 경험은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4월 공시를 통해 당시 에이프로젠 KIC는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 H&G를 흡수합병하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에이프로젠 KIC와 에이프로젠의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면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못했고 이에 에이프로젠 KIC는 신고서를 6번 정정공시하며 승인을 기다리다가 9월 합병을 포기했다.
에이프로젠 KIC이 존속되고 에이프로젠이 소멸되는 구조였음에도 합병 후 사명이 에이프로젠으로 변경되는 등 사실상 에이프로젠의 우회상장을 위해 진행된 흡수합병이라는 판단에 금융감독원이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병에서 결정된 에이프로젠의 합병가액은 2만5199원으로 지난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지적 받은 2만9748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합병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우회상장 방안이라고 볼 때 금융감독원이 다시 한번 이 부분을 지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에이프로젠은 합병에 대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비슷한 합병이라고 해도 지난해와는 달라진 상황이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합병가액 가치평가에 전임상이 끝나지 않았던 바이오시밀러 ‘휴미라’가 반영된 것을 두고 타당성이 제기됐는데 휴미라는 지난 5월 전임상이 마무리됐으며 임상을 앞두고 있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겠지만 일부 바뀐(작년과 비교) 내용이 있다”라며 “(합병)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