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기룡 기자] 중견 건설업체인
까뮤이앤씨(013700)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첩첩산중에 빠졌다. 매출 외형이 축소된 데다 철근값 부담까지 겹치면서 3년 만에 당기순손실로 돌아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금 곳간은 바닥나고 빛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2분기부터 연이은 신규 수주를 바탕으로 매출원천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으나, 철근난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돼 까뮤이앤씨의 앞길은 안갯속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까뮤이앤씨는 이번 상반기 741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896억원) 대비 17.3%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12억원, -1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됐다. 까뮤이앤씨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8년 2분기 이후 3년만이다.
적자전환은 자연스레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 상반기 기준 까뮤이앤씨의 잉여현금흐름(FCF)은 -57억원으로 집계됐다. FCF는 영업으로 창출한 돈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배당 지출을 가감하고 남은 현금이다. 통상적으로 FCF가 마이너스(-)면 영업활동을 지속했음에도 내부에 적립할 현금 여력이 없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입금 부담도 가중됐다. 2017년 248억원이었던 차입금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더니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27억원에 달하기 시작했다. 올해 유동성장기부채 154억원을 상환했지만 동시에 단기·장기차입금(160억원)과 사채(30억원) 등이 모두 늘어난 영향이다. 까뮤이앤씨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30억원에 불과하기에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는 상당하다.
최근 차입금의존도 추이를 살펴봐도 까뮤이앤씨의 부담이 가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까뮤이앤씨의 차입금의존도는 △17.7% △23.3% △25.6% △29.7% 등으로 매년 상승해 왔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30%를 웃돌 때 위험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까뮤이앤씨의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위험신호가 켜진 상태다.
까뮤이앤씨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악화된 데는 원재료값 부담이 주효했다. 까뮤이앤씨는 건축물의 부재들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설치하는 PC(Precast Concrete)사업 부문과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상가, 공동주택을 시공하는 건설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두 사업 부문 모두 철근, 콘크리트, 레미콘 등 원재료값 추이에 따라 수익성의 향방이 결정된다.
가격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던 원재료는 철근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톤(ton)당 평균 철근값은 70만6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71만5000원으로 소폭 오르더니 상반기 기준으로는 톤당 평균 철근값이 92만5000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통가 기준으로 톤당 철근값이 120만원대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매출원가율도 악화됐다. 2017년 기준으로 까뮤이앤씨의 매출원가율은 89.1% 수준이었으나 이후 △2018년 89.9% △2019년 90.0% △2020년 91.9% 등 매년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원가율이 97.5%에 달했다.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를 전년 동기에 비해 31.3%(45억원→31억원) 감축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철근난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6월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설자재 가격 상승 현황 및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철근·레미콘·PHC 파일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공공현장 30곳, 민간현장 29곳 등 총 59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철근 부족에 따른 공사 중단 현장은 43곳으로 전체의 72.9%에 해당한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원은 “국제 철스크랩(고철) 가격의 증가 추세가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 철근 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건설투자가 감소하는 추세였기에 자재가격이 1년 만에 다시 안정화됐으나,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은 좀 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견·중소 건설사는 대형사에 비해 철근 수요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강사의 대리점이나 지역 도매상을 통해서만 자재를 수급받을 수 있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2019년 완공공사 순이익률이 4.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금속 자재의 가격이 40% 이상 상승할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실질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잠잠했던 신규수주가 2분기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까뮤이앤씨는 지난 4월 ‘마포성산동 오피스텔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총 2129억원의 신규 계약을 따냈다. 매출원천인 수주잔고도 상반기 기준 2548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말(1935억원) 대비 31.6% 증가했다. 하지만 철근난 해소를 통한 원가율 개선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실적 개선까지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까뮤이앤씨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을 수 없었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