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투자재원 확보 위해 언양공장 매각2분기 총차입금·순차입금의존도 모두 60% 초과···부채비율 385%유동성 우려도···총차입금의 70% 이상이 단기성차입금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효성(004800)그룹의 주력 자회사 중 한 곳인
효성첨단소재(298050)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고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임금도 상당해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킨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공장 토지를 팔며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차입금을 줄이기에는 턱없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 경영상 변수가 많은 상황인 만큼 낮은 재무안정성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울산시 소재 언양공장의 토지와 건물 등을 총 15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상대는 유에이치산업개발이며, 자산 처분일은 오는 2022년 9월6일이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매각 사유를 밝혔다.
언양공장은 효성첨단소재의 모태가 된 동양나이론이 사업 초기에 세운 공장으로, 타이어에 들어가는 스틸코드 보강재를 생산했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8년 언양 공장에 있던 설비를 모두 경주로 이전했고, 이번에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수소탱크 제작에 사용되는 고강도 탄소섬유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는 효성첨단소재가, 역사를 지난 언양공장을 과감하게 판매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주력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현금 부족을 꼽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8억원가량으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이란 영업으로 번 돈에서 설비투자와 배당 지출을 가감하고 남은 현금을 뜻하는데, 잉여현금흐름이 부족할 경우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효성첨단소재는 미래 성장동력인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이른바 ‘슈퍼섬유’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부족한 실탄을 언양공장 매각으로 채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효성첨단소재의 현금·현금성자산이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의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343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차입금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조6423억원, 순차입금도 1조6080억원에 달한다. 현금성자산의 약 47배 규모다. 의존도로 보면 총차입금의존도는 62.7%·순차입금의존도는 61.4%로, 신용평가사에서 건전성 척도로 삼는 30%의 두 배가 넘는 위험 수준이다. 부채비율 역시 정상범위로 간주하는 200%를 훌쩍 넘긴 385.6%를 기록하며 우려를 높이고 있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회사 분할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이 이관돼 재무안정성 지표는 열위한 수준”이라며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던 운전자금 규모가 다소 증가하면서 순차입금이 500억원 내외 증가했고, 향후 CAPEX(자본적지출)과 금융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차입부담 완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8년 6월1일 주식회사 효성의 산업자재 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설립 이후 지난 2분기까지 순차입금의존도가 60%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다.
유동성 문제도 존재한다. 올해 2분기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성차입금은 1조1629억원으로, 총차입금의 70.77%·현금성자산의 약 34배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 유형자산 규모와 효성그룹의 계열 지원 여력을 생각하면 실제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적지만, 단기차입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효성첨단소재는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타이어보강재 사업과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탄소섬유·아라마드 생산 등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4%, 영업이익은 150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과 코로나19 여파 등 외부 변수가 늘고 있고, 탄소섬유의 경우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등장하고 있어 재무안정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현재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차입금 해소를 위한 별도의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효성첨단소재는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며 “계열 전반의 투자부담·차입금 변화 폭·지배구조 재편 진행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