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두산(000150)그룹이 고조됐던 유동성 위험이 완화되며 이제는
두산중공업(034020)의 실적안정화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두산중공업 자체 실적개선을 통해 재무적 대응이 가능한 구조로 정착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상황에 놓였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용평가사들은 상반기 정기평가를 통해 두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자산 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를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고, 경영 개선안을 통해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단기적인 재무위험이 완화됐다고 본 것이다.
분당두산타워. 사진/두산
지난해 6월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발 유동성 위기로 인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3년 내 상환 조건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대신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향후 3조원 규모의 현금유동성을 만든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 작업과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안을 실행했다. 먼저 지난해 5월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벤처투자사인 네오플럭스를 730억원에 서울 사옥인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각각 매각했다. 여기에 두산 모트롤BG와 동박 생산업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336370))도 각각 4530억원, 6986억원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 대주주 13명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336260)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해 6829억원을 수증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적으로 같은 해 12월 1조2125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여신을 상환했다. 또 올해 2월에는 건설기계를 생산 판매하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중공업지주(267250)와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맺고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4.97%를 85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두산그룹 계열사 지분관리와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241560)의 지분이 있는 투자 부문은 두산중공업으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9조1189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이 올해 상반기 말 6조4767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두산그룹 경영개선 진행상황. 사진/한국신용평가
현재 두산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잔액은 1조3969억원 수준인데 두산인프라코어 소송 면책비용과 매각에 따른 법인세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대략 6900억원이 순유입될 것으로 보여 이를 차입금 상환에 쓰면 잔액은 7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건은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의 실적개선이다.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건설기계가 47%, 중공업 31%, 전자·기타 11%, 건설·레저 11%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가장 매출 비중이 높았던 건설기계의 경우 지난해 7조9340억의 매출을 올렸는데,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3조7000억원 매출을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 부문을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올해 매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중공업 분야가 최대 매출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매출 15조1324억원, 영업이익 1541억원, 당기순손실 8384억원을 기록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어둡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주환경 저하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7%(9228억원)나 급감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매출 5조6521억원, 영업이익 5077억원을 올렸고 순이익 450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중공업 분야 주력사업인 원자력·석탄화력발전 신규수주가 부진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두산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사진/한국신용평가
특히 글로벌 환경문제가 심화되면서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 수익원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가스터빈, 풍력발전 기자재, 차세대 원전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 사업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제품 개발에 이어 최근에는 수소를 사용한 수소가스터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독자적으로 5MW(메가와트)급 수소가스터빈을 수소 전소 연소기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와 병행해 한국기계연구원과는 300MW급 수소가스터빈용 수소 혼소 연소기를 개발 중이다.
친환경 사업으로 꼽히는 풍력사업에서는 5.5MW급 풍력 터빈을 개발한 상태로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5.5MW 해상풍력발전기 모델 17대 가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와 공동개발하는 8MW 모델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년 수주 목표를 올해의 두 배 규모인 9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기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첫 번째 가스터빈 시설이 설치되고 있고, 미국 등에서 주관한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등에 참여해 실적 개선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두산그룹이 친환경 분야를 신성장 사업 분야로 정하고 수주비중을 늘리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와 가스터빈·수소 사업 등에서 얼마만큼 가시화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고착화된 순손실과 현금흐름 부진이 중공업 부문의 재무안정성 악화로 작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체사업에서의 실적안정화가 동반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신사업의 의미 있는 실적 보완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