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 해결 '깜깜무소식'인도차이나 국가 "인허가 신청 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보유해야"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타격 불가피
DGB대구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면서 추가 해외진출에 물음표가 붙었다. 사진/DGB대구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DGB대구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면서 추가 해외 진출이 안갯속에 빠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진행하는 경영실태 검사에 이어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으며 금전적인 피해를 넘어 리스크 관리에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줘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139130) 회장이 인도차이나 금융벨트 구축을 천명했지만, 이번 사태로 글로벌 진출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영진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현지법인 ‘DGB뱅크’를 공식 출범시켰다. 앞서 2018년 대구은행은 현지 대출 전문은행 캠캐피탈(CAM CAPITAL PLC)을 인수했으며 지난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업은행(CB) 라이선스(인허가 자격)를 획득했다. 상업은행은 여신업무뿐만 아니라 예·적금 등 수신업무, 외환업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은행의 글로벌 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중순 DGB뱅크 본사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현지 중개인에게 선금 1200만달러(약 140억원)를 전달했지만, 해당 건물은 중국계 은행에 넘어갔고 선금 반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구은행은 현재 캄보디아 정부, 금융당국의 도움을 받아 반환 협의를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의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오 회장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에 진출해 인도차이나 금융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실행에 옮겨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구은행의 경우 추가 해외 진출이 어려워졌다는 의견을 내놨다.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가 인허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를 비롯해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에 진출해 있다. 김 회장의 구상대로라면 향후 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며 인근 국가인 인도네시아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태국 금융당국은 외국계은행이 상업은행 인허가를 요청할 때 전반적인 리스크(신용·시장·유동성·전략·영업·법률·평판)에 대한 인식, 측정, 감시, 통제 능력 관리 시스템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부동산 거래 관행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금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가 매각을 승인하는 공식 문서 ‘소저너(SOR JOR NOR)’를 발급하기 전에 실무진이 선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또한 외국계은행이 은행·상업은행업 인허가를 신청할 경우 자격 요건에 은행업 경험, 주요 고려사항에 좋은 기반과 평판을 가진 은행을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자산기준 세계 상위 200위 이내의 은행, 본국지점과 동일한 법적 형태의 현지지점이 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외진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경영실태 검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은행이 해외진출을 신청하면 금융당국이 은행법과 외국환거래법 저촉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일례로 은행법 제13조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국외현지법인(국외지점)을 설립할 경우 그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또 해당 은행과 국외지점의 경영건전성, 진출방식, 업무범위, 소재할 국가의 특성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의 경영건전성,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설계획의 보완, 변경, 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여기에 대구은행은 경영실태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 책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달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대구은행노조(2노조)는 사측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실태 검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로 캄보디아 사태의 진실은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질 것이라며 완전하고 무결한 조기 해결을 위해 경영진과 유관 부서는 은행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도록 각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김태오 회장 연임을 앞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구은행 지부와 간부급으로 구성된 대구은행 2노조는 김 회장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 당시 대구은행장을 겸직한 바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필두로 한 인도차이나 금융벨트 구축 목표만 세워놓은 상태”라며 “현재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 “금감원의 경영실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보탰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