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허가했다. 이로써 양사의 결합이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승인은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9일, 최근 임의 신고 국가인 말레이시아 항공 위원회(Malaysian Aviation Commission)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항공사의 경우 합병으로 인한 독점의 우려가 있어,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요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말레이시아 항공 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이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회생 불가 기업(Failing Firm)’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양사의 합병이 말레이시아의 경쟁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말레이시아 항공 위원회 보도자료 발췌. 자료/말레이시아 항공 위원회(MAVCOM)
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승인 결정은 경쟁 당국이나 부문 규제 기관이 분석한 최초의 경쟁 관련 합병 사례”라며 “최종 결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한국 서울-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노선에 일방적인 영향이나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양사 합병이 안전 개선, 교육 비용 절감, 유지/보수, 수리/정밀 검사(MRO) 등에서 상당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이점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14일 9개 필수 신고 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이후 터키·대만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태국 경쟁당국으로부터는 기업결합심의 종료를 알리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 등 필수 신고 국가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 신고 국가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원래 지난 6월 말까지 주요국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기업결합심사 지연으로 유상증자 참여 역시 이달 말로 연기됐다.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개혁안의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업결합심사 지연은 특히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에 독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관련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승인을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의 추가 요청사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연내 이뤄진다면 해외 기업결합심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럴 경우, 2023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통합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