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기룡 기자] 야심차게 모듈러 사업에 뛰어들었던
범양건영(002410)이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주력 사업인 건축·토목부문에서 수주 낭보가 잇따르는 것과는 상반된 온도차를 보인다. 앞서 범양건영은 2019년 9월 자회사로 범양플로이를 설립한 후 모듈러 사업을 추진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출이 실현되지 않아 범양건영의 수익성은 급감하고 차입금은 급증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범양건영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545억원의 매출액과 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9%(361억원), 72.9%(30억원)나 급감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29억원에서 36억원으로 24.2%(7억원) 늘어났지만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034950)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382억원 수준이었던 총차입금은 1년 만에 669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도 170억원에서 457억원으로 늘어났다. 범양건영의 상반기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5.4%로, 위험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치(30%)를 웃돈다.
아울러 부채비율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범양건영은 2019년 말과 2020년 말에 각각 97.8%, 93.7%이라는 우량한 부채비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1분기 110.5%, 2분기 121.3%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일 때, 선진국에서는 200% 이하일 때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범양건영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2019년 9월 모듈러 사업에 진출하고자 설립한 범양플로이가 주효했다. 모듈러 사업은 공장에서 제작한 패널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방식으로 △건축정보모델링(BIM)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드론 △3D 프린팅 △증강 및 가상현실 △지능형 건설장비 및 로봇기술 등과 함께 7대 스마트 건설 기술로 꼽힌다.
다만 범양플로이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스스로 매출을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범양건영은 112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충북 보은군에 연간 500~1000가구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듈러 공장을 완성했으나 현재까지 영업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2년 연속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기도 했다.
나머지 계열사도 실적이 신통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범양건영은 범양플로이 외에 냉장창고 보관업체인 고려종합물류와 건자재 유통회사인 고려산업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는데, 이 중 매출액이 발생하는 곳은 고려종합물류뿐이다. 심지어 고려종합물류도 지난해 말 매출액(37억원)과 영업이익(13억원)이 각각 45.3%(31억원), 14.0%(2억원) 감소해 범양건영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범양건영이 주력사업인 건축·토목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범양건영은 상반기 기준으로 3629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전년 말(3945억원)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지만 직전연도의 매출액이 1444억원인 만큼 약 2.5년어치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에는 추가 수주에도 성공했다. 범양건영은 이달 1일 한토플러스가 발주한 ‘마포로 1구역 제 28·29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8월 전라남도로부터 ‘녹동신항 일반 및 모래부두 축조공사’에 대한 계약을 따냈다. 두 공사의 계약금 총액은 1051억원으로 직전연도 연결기준 매출액의 72.3%에 해당한다.
별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재무 건전성도 양호하다는 점도 종속회사에 대한 지원이 범양건영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범양건영의 경우 지난해 3분기부터 마이너스(-) 대의 순차입금을 기록하며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80.2%, 16.5% 수준으로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범양건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범양플로이의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실현될 것”이라면서 “자체적인 영업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범양건영의 현장을 활용해 매출을 일으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범양건영이 현장을 개설할 때 들어서는 임시 사무실 등에 범양플로이의 모듈러 기술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