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1세대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034830)(이하 한토신)의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산건전성에도 우려감이 형성되고 있다. 증권사를 뒤에 둔 금융계열 신탁사 등 후발주자의 성장까지 두드러지며 한때 신탁업계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한토신은 옛 영광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은 1142억원으로 전년 동기(1147억원)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분양경기 침체와 차입형 토지신탁 업황 악화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9억원으로 4.5% 줄었고 순이익은 64% 증가한 652억원으로 나왔다. 순익 상승에는 사모펀드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영향을 줬다.
한토신은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에 지분 87%를 출자한 최대주주로, 올해 상반기 지분법 손익은 304억8204만원에 달한다. 에코프라임환경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캡스톤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18호 등 관계기업 투자 관련 총 지분법 손익은 전반기 48억원에서 335억원으로 594.6% 급증했다. 다만 유가증권관련이익 증가와 달리 본업은 부진한 실정이다.
실제 차입형 토지신탁의 신규 수주액은 작년 2분기 220억원에서 올해 2분기 280억원으로 27.3% 증가했지만, 차입형 신탁사업과정에서 위탁자에게 공사비 등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인 신탁계정대 이자의 경우 338억1422만원에서 175억825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신탁사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작년 2분기 618.8%에서 올해 2분기 551.2%로 하락했으며 총위험액은 735억원에서 969억원으로 31.9%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코람코·하나·아시아·교보·한국자산신탁·KB부동산신탁 등 국내 신탁사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한토신은 2019년까지 18.4%의 비중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 15.6%로 한국자산신탁(16.4%)의 뒤로 물러났다.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별도기준)도 코람코자산신탁(1176억원)에 이어 2위에 머물렀으며, 점유율은 12.9%로 떨어졌다.
지난 1996년 출범 이후 국내 1세대 신탁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선두자리를 지키기는 불안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 2019년 문을 연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신영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금융계 신탁사들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신생 신탁 3사의 경우 금융당국이 본인가 이후 2년 간 제한했던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시할 수 있게 되면서 토지신탁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사진/한국토지신탁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도 또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월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업황 악화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재무 레버리지 관리와 미분양 사업으로 인한 대손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방 중소도시 분양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수익형 부동산 분양경기에도 불확실성이 커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의 3월 말 부채비율은 69%로 양호하지만 작년 차입형 개발신탁 수주 규모가 다시 증가했고, 총사업비가 50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장도 2곳 존재함에 따라 추후 분양성과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라며 “한진중공업 인수로 인한 자금 소요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진단했다. 부동산경기 변동에 따라 분양대금 유입이 지체될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어 “향후 부동산신탁업의 주요 리스크 요인은 부동산경기와 같은 외부요인”이라며 “비금융계 대형 부동산신탁사에 있어 차입형 개발신탁에 집중된 사업구조는 사업 측면에서 본원적인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소로, 부동산경기 저하로 향후 영업실적이 저하되고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동산신탁업의 신용등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