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온시스템(018880)의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수익창출력이 떨어졌고, 대규모 투자와 배당 등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안정성은 우수하고, 수주잔고도 풍부한 편이어서 당장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Korea Ratings, KR)는 25일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현금흐름이 감소한 가운데, 자본적지출·배당금 지급·이자비용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차입금이 증가 추세”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 2분기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42.7%로 건전성 기준인 30%보다 높고, 순차입금/EBITDA가 2.7배(상반기 실적 바탕으로 연 환산 기준)로 수익창출력도 낮아 등급 하향 변동요인을 충족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보고서를 통해 한온시스템의 등급 하향 검토 요인으로 △차입금의존도 30% 초과 △순차입금/EBITDA 1.0배 초과 지속을 꼽은 바 있다.
한온시스템은 실적에서도 큰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연결기준 한온시스템의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3.9%, 영업이익은 34.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6%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비중이 큰 유럽과 미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작년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휘청였다.
지난해 3분기 이후로 다소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이지웅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기저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개선됐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의 수익성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했고,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평균 수익성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로 가동률이 저하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반비 증가 등에 매출원가율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4분기 83.8%에서 올해 상반기 88%로 올랐다.
대규모 인수·합병과 지속적인 설비투자도 한온시스템의 신용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9년 E&FP(마그나인터내셔널 유압제어사업부) 영업 양수로 약 1조3000억원 가량의 인수 자금을 썼다. 한국기업평가는 “한온시스템의 경우 지속적인 설비 능력 확충과 친환경차 관련 설비투자 증가로 자본적지출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매년 대규모의 배당금 지급이 더해져 의미 있는 수준의 차입금 상환 재원 창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연간 6000억원 내외의 자본적지출 부담과 800~900억원 상당의 금융비용, 2000억원 내외의 배당금 부담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큰 폭의 차입금 감축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 저조와 재무 부담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이 단기간에 하락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이지웅 수석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다변화된 거래처로부터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고, 주 거래처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의 꾸준한 신차 출시·견고한 내수 수요·해외 시장 판매 회복과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영업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온시스템의 2021년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47조원 수준이며, 이 중 친환경차 비중이 40% 차지한다. 특히 신규 수주 금액의 약 70%가 친환경차용 제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의 경우 좋은 제품과 안정적인 고객사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수급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