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차 사업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에 연료전지 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아직 전기차에 비해 경쟁이 덜한 수소차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연료전지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투자비용 1조3216억원에 대한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IHP 도시첨단 산업단지와 울산 이화 일반산업단지에 신규 수소연료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새로운 생산시설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연료전지 시설이 완공되면 인천 청라공장에서는 연료전지스택을 생산하고, 이를 울산공장에서 연료전지시스템으로 최종 제품화해 완성차에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수소연료전지 생산법인 HTWO 광저우 조감도/현대자동차
올해 3월 기공식을 연 중국 광저우 수소연료전지 생산법인 ‘HTWO 광저우’가 내년 하반기 완공되고, 인천 청라·울산 거점이 내후년 생산을 시작하면
현대차(005380)그룹의 연료전지 생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TWO 광저우의 연간 생산목표는 총 6500기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수소전기트럭 모델 '엑시언트'/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이번 투자는 수소연료전지 제품경쟁력 상승과 양산 효율화를 위해 결정됐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퓨얼 셀'의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스위스 'H2에너지'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6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부터 출고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를 수출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엔진 제조 전문기업 ‘커민스’와 북미 상용차 시장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약을 맺었고,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 입찰에서 최종 공급사 중 하나로 선정돼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기로 했다.
마이클 콜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왼)과 니콜라스 아이완 H2 모빌리티 총괄 이사가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앞에서 파트너십 현판을 들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6일 독일법인을 통해 독일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H2 모빌리티’ 지분 투자도 확정했다. H2 모빌리티는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 91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세계 최대 수소 인프라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수소차 판매 증가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인프라 부족’이 꼽히는 만큼, 현대차가 수소차 확대를 위해 직접 유럽 내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가 유럽연합(EU)의 수소차 인프라 보급 전략 ‘H2ME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마이클 콜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은 “현대차는 수소 인프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수소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소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 지위를 얻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아직은 인프라와 에너지 효율 등 문제로 수송용 차량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점이 해결되면 승용 수소차 시장도 크게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