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Sh수협은행의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사진/Sh수협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공적자금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Sh수협은행의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늘어나고 있는 대손비용과 오는 11월부터 적용되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가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모회사이면서 상환 의무가 있는 수협중앙회가 조기상환에 필요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고 남은 공적자금을 내년까지 모두 갚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협중앙회는 기획재정부가 공적자금 상환과 관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반영한 것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에는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조기에 일시 상환할 경우 발생하는 법인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국회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후 2017년부터 2028년까지 분할 상환을 계획했다. 하지만 수협은행의 배당금이 어업인 지원이 아닌 공적자금에 전액 사용되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꾸준히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동안 수협중앙회는 3398억원을 상환했고 전액상환까지 8183억원을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수협은행의 수익성이 안갯속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익 반감 요소인 대손충당금 확대 가능성이 커져서다. 수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액은 지난 2018년 2610억원에서 2019년 201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280억원으로 13.4%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24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7% 상승했다.
문제는 고정이하여신(NPL)과 비교해 대손충당금 적립이 적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수협은행의 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34.2%로 시중은행 평균인 149.9%를 밑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하며 금융권은 대출채권을 연체 기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수협은행은 경기둔화와 대손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시중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회복됐지만, 중소기업과 해양수산부문 여신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시중은행 평균수준을 상회하는 특성상 경기 침체 국면에서 한계차주의 원리금 상환가능성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 확대 가능성은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11월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가 수익성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수협은행이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지만, 올 1분기 말 예대율은 103.5%로 나타나서다. 금융당국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00%를 초과할 시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자이익 축소가 우려되는 셈이다.
올 1분기 수협은행은 5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476억원과 비교해 12.5% 올라섰다. 다만 그 중심에는 이자이익이 자리잡고 있었다. 총이익 1640억원 중 이자이익 비중은 106.6%(1750억원)로 집계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자이익 의존도를 고려하면 수익 다변화가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수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2018년 –71억원에서 2019년 –135억원, 지난해 –25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올 1분기에도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면서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9억원을 시현했지만, 적자 전환한 것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수협은행의 대출채권 비중은 83%로 올 1분기 대출채권 증가율은 4.8%(약 1조7000억원)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형 성장을 보였다”라며 “오는 11월부터 예대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채권 성장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협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일반은행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로 일반은행 평균은 각각 1.7%, 0.6%로 도출됐다. 공적자금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성 제고에 나서야 하는 수협은행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그간 수협은행은 실적에 따라 공적자금 상환 규모를 정했다. 지난 2017년 1952억원, 2018년 2304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면서 공적자금 상환액을 각각 127억원, 1100억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9년 당기순익이 2192억원, 지난해 당기순익 1820억원으로 줄면서 상환액을 각각 1320억원, 501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진균 은행장이 공적자금 상환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함과 동시에 수익성·생산성 제고를 내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로 해석된다. 김 행장은 ▲조직 효율성 및 생산성 증대 ▲수익성 중심 영업 확대 ▲선제적 리스크 관리 ▲디지털금융 확대와 임직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실행에 옮겨왔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대율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다”라며 “내달까지 규제 한도에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도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환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 “금융지주 체제에 있는 은행과 비교했을 때 비이자이익 비중이 작게 보이는 것”이라며 “신탁, 펀드,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상품 다양화, 비대면 채널 확대 등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