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시장 지배력 키운다더니…한화생명GA 출발부터 '삐거덕'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이후 설계사 1000명 넘게 이탈
첫 성적표, 290억원 순손실…IFRS17 도입 등 하방요인도 존재
공개 2021-08-19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기관장과 보험설계사(FP)가 영업에만 몰입, 토탈 라이프 솔루션(Total Life Solution)을 제공하는 고객만족도·선호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만들겠다.“ 지난 4월 한화생명(088350)의 전속설계사 채널을 분사해 만든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출범식에서 나온 구도교 대표의 포부다.
 
삼성·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제판분리(보험 상품 제작과 판매의 분리)를 통해 GA업계에 진출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모회사인 한화생명을 비롯해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KB손보·메리츠화재(000060) 등 9개 손해보험사 상품까지 아우르는 통합 컨설팅을 제공, GA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한편 오는 2025년까지 설계사 약 2만6000명과 당기순이익 2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알짜 자회사가 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판매조직 분리를 통해 FP의 활동량 증대와 상품 다양성 확보 등 외연 확대를 꾀해야 하지만, 설계사 이탈과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내홍이 불거진 가운데 사업초기 비용 투입으로 첫 성적표 또한 초라한 까닭이다.
 
실제 제판분리 이후 3개월 새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는 1000명이 넘는 설계사가 이탈했다. 상반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 수는 1만7466명으로 올해 1분기(1만8521명) 대비 5.70%(1055명) 감소했다. 작년 2분기 FP를 기준으로 보면 3.64% 쪼그라들었다. 한화생명 설계사 수 역시 2016년 이후 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말 GA설립 계획 발표 이후 전속설계사를 대거 영입하며 FP를 2만명 가까이 늘렸지만,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과 물적 분할에 따른 처우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으며 인력 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속채널의 강점이었던 영업통제력이 약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들의 교섭권 문제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발목을 잡는다. 기존 단체협약이 한화생명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정규직 조합원에만 적용되면서 보험설계사들의 내부 불만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연맹 보험설계사지부는 대표교섭요구를 지속 요구하는 동시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교섭단위 분리도 재차 신청할 방침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무려 7차례에 이르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교차 판매와 처우·시스템 등) 관련 불만이 팽배한 상황으로, 국회에 입법미비 등 제도적 보완을 요청하는 한편 중노위 등을 통한 단체교섭요구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화생명
 
내부조직이 불안정한 가운데 실적 또한 부진한 형국이다. 올해 2분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현했다. 출범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이 투입된 결과다. 보험 계약 이후 유지율을 보여주는 13회차 유지율은 85.6%로 1분기(86.5%) 대비 0.9%포인트 감소했으며 25회차 유지율은 5.3%포인트 증가한 70.6%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노조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인력 감소 부분은) 한화금융서비스 출범 이후 (설계사들이) 금융서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장기 미활동 전속설계사들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밝지만 않다. 금리 상승과 함께 당장 내년부터 보험부채를 원가평가 방식에서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새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소지가 있어서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신회계(IFRS17)·감독(K-ICS)제도 도입이 확정되며, 규제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변화가 가까워졌다"면서 "특히 동종업계(Peer) 대비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한화생명 등은 새로운 규제 도입 부담 대비 자본여력이 낮은 상황으로, 보험부채 구조개선과 자본확충 등 선제적 대비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덩치가 커진 GA시장에 대해 "소비자접점 확보를 위한 중요한 판매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모집 시장질서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라며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을 위해 보험회사와 GA는 내부통제시스템, 대리점수수료 체계와 환수규정, 사업모형에 대한 검토와 재정비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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