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귀환…삼성SDI, 미국 진출 구체화될까
USMCA협정·경쟁사 약진···미 투자 필요성 증가
미 일리노이주 방문·스텔란티스 투자 예정···이재용 부회장 결정에 주목
공개 2021-08-13 17:42:45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7: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계열사 중에서도 아직 미국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삼성SDI(006400)의 행보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협상 현황을 자세히 검토할 수 있게 된 만큼,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인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저에 대한 걱정·비난·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서초사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그전에 업무 현안을 점검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승인 혹은 사면 복권을 받기 전까지는 최대 5년간 취업을 할 수 없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날 이 부회장의 동선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직함 없이도 그간 밀린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삼성SDI의 미국 진출’은 이 부회장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현안 1, 2위를 다투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 중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는 곳은 삼성SDI뿐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하겠다”라고 언급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팩/IB토마토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오는 2025년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에 있다. 해당 협정이 북미 지역에서 완성차 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 핵심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산(産)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어서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미국 생산기지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할 근거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3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만 앞으로 5년간 17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렇다고 삼성SDI가 미국 진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현지시간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딕 더빈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삼성SDI는 미국 일리노이주 중부 노말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빈 의원은 “삼성SDI 대표단이 이번 주에 한국에서 왔고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라며 “우리는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이 리비안 공장 바로 옆에 설립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은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 측은 이에 대해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 진출 검토의 일환으로, 적정 지역 선정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여러 지역을 방문한 후에 지원금이나 각종 세제 혜택을 고려해 공장 부지를 선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세계 4위 완성차업체인 미국의 스텔란티스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마세라티·크라이슬러·지프·푸조 등 14개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2025년까지 13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2030년에는 260GWh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인 엑소르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이력이 있어,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에 최소 3조원, 리비안에는 1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투자 형태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어, 이 부회장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장 부지 선정의 경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건이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스텔란티스에 대한 투자 건 등은 이 부회장의 출소로 결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