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카카오(035720)가 하반기 렌터카·킼보드 업계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PO(기업공개)를 위한 몸값 부풀리기 시도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경쟁력 측면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렌터카와 킥보드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렌터카, 공유 킥보드 등 신규서비스를 통해 광역 교통에서 라스트마일에 이르는 이동 수단을 더욱 촘촘히 연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사업을 시작할 경우, 카카오T앱은 기차·항공·택시·대리운전·퀵서비스·택배 등에 이어 전동킥보드와 렌터카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렌터카 사업 진출을 위해 카모는 지난 3월 차량 공유 중개 플랫폼 ‘딜카’를 인수했고, 킥보드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4월 국내 1·2위 공유 킥보드업체 씽씽(피유엠피)·지쿠터(지바이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카모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IPO를 위한 외형 확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투자 유치 당시 ‘2022년 IPO’를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해 기업가치 상승과 흑자전환에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017년 기업가치가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카모는 지난 7월
LG(003550)그룹과
GS(078930)그룹으부터 각각 1000억원·3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4조원대의 거물이 됐다. IB업계에서는 카모가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를 최대 10조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은 과제는 흑자전환인데, 기업정보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카모의 작년 매출은 28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6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30억원 적자였다. 4년째 영업손실이다. 카모가 택시와 공유 자전거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흑자 달성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렌터카와 전동킥보드 시장 진출 역시 사업 확대와 더불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관측이다. 여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카모의 렌터카·전동킥보드 시장 진출 형태는 ‘자체 차량 보유’가 아닌 ‘중개 플랫폼’으로, 기존 렌터카·공유킥보드 업체를 소비자와 이어주는 형태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플랫폼 관리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적어, 사용자가 확보되면 수수료 수익으로 이익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플랫폼 형태로 렌터카·킥보드 사업에 진출할 때의 이점은 또 있다. 자체 차량을 보유하지 않고 중개만 할 경우, 단기 렌터카 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단기렌터카 업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여부를 재합의 중”이라며 “차량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가 아닌 중개 형태라면 카카오도 진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IB업계에서 차량 보유보다 플랫폼 사업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점도 카모에겐 이득이다. 실제로 최근 일반 청약을 진행한 롯데렌탈의 경쟁률은 65.8대1로, 올해 공모주 청약 경쟁률 평균인 1355대1에 비해 저조했다.
이처럼 이점이 많은 플랫폼 사업이지만, 문제도 있다. 카모가 받는 수수료로 차량 대여료가 비싸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서 규정하는 자동차 대여요금의 총원가 구성 요소는 △차량 구입비 △차량 유지비 △노무비 △경비 △일반 관리비 △이윤 등으로, 중개 업체에 대한 수수료는 대여요금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개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대여할 경우 고객이 내는 대여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택시 사업의 경우 카카오T 앱의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고객 이탈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렌터가 시장은 다르다.
현재 렌터카 시장 업계 상위 3개 업체인 롯데렌탈·
SK렌터카(068400)·현대캐피탈의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차량 공유 시장 역시 롯데렌탈 계열의 그린카와 쏘카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지역별로 다양한 온라인 차량 대여 중개 사이트들이 존재한다. 구글 앱스토어를 기준으로 카모가 인수한 딜카의 다운로드 수는 50만회 수준이지만, 그린카는 100만회·쏘카는 500만회 이상이다. 차량 공유 업체 관계자는 “현재 그린카·쏘카 등 기존 차량 공유 앱의 점유율이 상당해, 가격 등에서 웬만한 차별화를 두지 못한다면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킥보드 시장 진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씽씽과 지쿠터가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도기업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라며 “이용자가 원래 사용하던 브랜드의 앱을 두고 카카오T 앱으로 킥보드를 이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카카오T의 인지도가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 고객이 카카오T로 이동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글 앱스토어 기준 카모와 업무협약을 맺은 씽씽과 지쿠터의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각각 50만회인데, 킥고잉·알파카·빔(Beam) 등 공유 킥보드 업체 역시 같은 수준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고객 확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정부의 퍼스널모빌리티(전동킥보드 등) 규제 강화 후 공유 킥보드 이용률이 30~5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여름 들어 더위가 심해지면서 이용률이 20~30% 회복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용률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불법 주·정차된 공유 킥보드를 수거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날 발생한 청주아파트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가 지목된다는 점 등도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겨울에는 추위와 노면 빙결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공유 킥보드 시장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카모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경쟁력 있는 사업 내용을 갖고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경쟁과 규제가 심한 렌터가와 킥보드 시장에서도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