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신용점수 900~600점에만 공급…금리도 고신용자는 '낮게'수익성 지표 3년 연속 하락하며 업계 평균 하회 중…올 상반기도 흐름 이어져
IBK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바램과 달리 중저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IBK저축은행 본점. 사진/네이버지도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산하 IBK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바램과 달리 중저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리대출은 물론 일반신용대출을 고신용자 위주로 취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타 저축은행과 비교해 더욱 열위해지고 있는 수익성은 아이러니다.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으로 불린다. 자칫 고금리대출로 내몰릴 수 있는 차주들을 끌어안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와 서민이 이용하는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대부분이 저축은행을 통해 나가며 저축은행들은 연 10% 초중반대 금리로 공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BK저축은행은 여타 은행계 저축은행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이 소극적이었다. 올해 2분기 IBK저축은행은 신용점수 900~600점에만 취급했다. 반면 여타 은행계 저축은행은 신용점수 300점대까지 대출을 내줬다. 하나·NH·BNK저축은행은 500점대, KB·신한저축은행은 400점대, 우리금융저축은행은 300점대까지 받아들였다.
중금리대출 평균금리도 IBK저축은행은 ▲900점 초과 8.3% ▲801~900점 9.6% ▲701~800점 11.7% ▲601~700점 14.3% ▲501~600점 14.7%로 산출됐으며 여타 은행계 저축은행은 ▲900점 초과 10.4% ▲801~900점 11.7% ▲701~800점 12.7% ▲601~700점 13.8% ▲501~600점 14.8% ▲401~500점 15.8% ▲301~400점 15.6%로 집계됐다.
금융권은 신용점수 800점 미만을 중저신용자로 분류하고 있다. 즉 IBK저축은행은 고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고 중저신용자는 가려서 받았다는 의미다. IBK저축은행의 모회사인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이 목적이다. 하지만 자회사인 IBK저축은행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반신용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IBK저축은행은 신용점수 700점 미만 차주가 전무했으며 800점 이하 차주는 약 73.3%에 그쳤다. 반면 KB저축은행은 89.8%, NH저축은행은 83.9%, 신한저축은행은 83.3%, BNK저축은행은 75.1%를 나타냈다. 하나저축은행(70.9%)과 우리금융저축은행(66.7%)만 IBK저축은행 수준을 하회했다.
평균금리도 IBK저축은행은 ▲900점 초과 6.8% ▲801~900점 8.7% ▲701~800점 12.5% ▲601~700점 14.7% ▲601~700점 15.7%로 도출됐다. 여타 은행계 저축은행은 ▲900점 초과 10.4% ▲801~900점 12% ▲701~800점 13.4% ▲601~700점 14.6% ▲501~600점 15.7% ▲401~500점 16.8%를 기록했다. IBK저축은행은 중저신용 차주에게 금리를 높게 책정한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월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또 지난달 1일 13개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을 통해 우회적으로 중금리대출을 늘려왔고 이를 바탕으로 중금리대출 시장 선점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IBK저축은행은 보수적인 여신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IBK저축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 2018년 0.9%에서 2019년 0.8%, 지난해 0.5%로 꾸준히 하락했다며 저축은행 업계 평균 1.7%, 1.7%, 1.6%를 크게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또 회복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IBK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면서 전년 동기 39억원 대비 76.9% 성장했지만, 총자산 1조4470억원을 고려하면 상반기 ROA는 0.5%로 도출됐다. 반면 우리금융·BNK저축은행은 0.7%, 신한·NH저축은행은 각각 동일한 0.6%를 가리켰다. KB저축은행만 0.3%로 IBK저축은행보다 낮았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원과 비교해 55% 성장했다. 동기간 BNK저축은행은 115억원, 91억원으로 26.4%, NH저축은행은 115억원, 107억원으로 14.12% 올라섰다. 신한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14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148억원 대비 5.1%, 같은 기간 KB저축은행은 77억원, 99억원으로 22.2% 후퇴했지만, 총자산이 각각 2조3135억원, 2조3458억원으로 상당했다.
여기에 IBK저축은행은 여신포트폴리오를 부동산 대출 위주로 구성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IBK저축은행의 총여신 대비 부동산 관련 대출(건설업, 부동산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은 37%로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거점지역인 부산, 울산, 경남이 둔화된 부동산 경기가 이어지고 있어 건전성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수연 한신평 연구원은 “총여신의 12%를 차지하는 PF대출의 경우 주거시설과 비교해 분양리스크가 높은 근린생활시설 등 비주거시설 비중이 높고, 후분양 사업 비중도 높아 향후 분양실적에 따라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IBK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통적으로 IBK금융그룹은 업계 최저금리 정책을 세우고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중금리대출이 고신용자로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출심사는 인공지능(AI)이 신용평가모형(CSS)을 토대로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의로 중저신용자를 피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총대출액에 대비된 가중평균금리는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확실히 낮을 것”이라며 “순이자마진(NIM)이 업계에서 낮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금리대출을 늘리기 위해 시스템 수정을 진행 중”이라며 “중금리대출 금리를 소폭 상향 조정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다음 분기에는 중금리대출이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보탰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