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에이프로젠제약(003060)이 대규모 자금 확충에도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이후 줄 적자로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이프로젠 계열사의 핵심인 ‘바이오시밀러’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줄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된 자금조달로 당장은 유동성에 문제가 불거지진 않겠지만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상업화로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재무부담으로 인한 속앓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제약의 올해 3월 말 기준 특수관계자 자금대여 거래 합계는 3523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7.6%에 달했다.
에이프로젠제약이 속한 에이프로젠 계열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적극 추진 중으로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각각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상장사인 에이프로젠 메디신(
에이프로젠 MED(007460), 전 에이프로젠 KIC)과 에이프로젠제약이 자금조달을 맡고 있다. 특히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재무부담도 높은 상황이라 에이프로젠메디신과 에이프로젠제약의 자금대여 등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24억원, 2017년 593억원, 2018년 466억원, 2019년 512억원, 2020년 712억원으로 5년 평균 482억원의 자본적지출이 발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6년 -142억원, 2017년 -591억원, 2018년 -758억원, 2019년 -717억원, 2020년 -990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작년말 부채비율 482.5%, 차입금의존도 78.8%까지 오르며 적정기준(부채비율 200%, 차입금의존도 30% 미만)을 훌쩍 넘어섰다.
올 3월 말 기준 에이프로젠메디신과 에이프로젠제약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 대여한 금액은 각각 2961억원, 1896억원이며 에이프로바이오로직 재무상황 상 추가적인 자금대여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의 경우 어느 정도 영업실적을 내고 있지만 문제는 에이프로젠제약이다. 2012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프로젠제약의 최근 3년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8년 454억원, 2019년 509억원, 2020년 53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8억원, 2019년 -20억원, 2020년 -26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적자규모가 커졌다.
물론 같은 기간 전체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영업활동·투자활동·재무활동 현금흐름을 모두 더한 현금흐름은 2018년 -22억원, 2019년 86억원, 2020년 345억원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재무활동현금흐름 즉 자금조달로 인한 현금유입 때문으로 재무활동현금유입을 제외한 현금흐름은 2018년 -568억원, 2019년 -698억원, 2020년 -1872억원이다.
에이프로젠제약은 2018~2020년 동안 다섯번의 유상증자(3자배정, 주주배정)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4114억원을 조달했다. 부족한 현금을 외부 자금을 통해 메꿔왔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기발행된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권·신주인수권 행사로 확충된 자본까지 고려한다면 에이프로젠의 외부 자금의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다른 자금조달이 없었던 올해 1분기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영업활동·투자활동을 모두 더한 전체 현금흐름 역시 -244억원을 기록했다.
에프로젠제약의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와 0.4%로 매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차입 등에 여유가 충분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이 역시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자체적인 현금창출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취급하고 있는 제네릭(복제약) 제품의 판매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판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열사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나 신약의 상품화나 수익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제약의 경우 주요 제품 대부분이 연매출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계열사인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GS071(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GS071 판매부진(일본)으로 국내 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에이프로젠제약 포트폴리오의 열위한 경쟁력을 감안할 때 계열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 상업화되기 전까지는 영업을 통한 잉여현금창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나이스신용평가는 역시 “신약 개발 등에 기반한 자체자금창출력 개선에는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에이프로젠제약 측은 계열사 지원과 관련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충분히 돼 있는 만큼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적 개선과 관련해서는 퍼스트제네릭(가장 먼저 만들어진 복제약)에 대한 투자와 제약회사의 협력으로 개량신약 부문도 준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자금대여를 통해 구축한 설비와 시설들은 추후 에이프로젠제약으로 소유권이 이전돼 리스계약에 따른 임대수익 발생 등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프로젠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스계약은 임대수익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 말고도 리툭산(항암 치료제)·허셉틴(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술이전계약이나 공동사업화 계약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