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5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롯데카드의 경쟁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출처/롯데카드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시장점유율 5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롯데카드의 경쟁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수요가 보복 소비로 분출되면서 여타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롯데카드는 수익성이 열위해졌음에도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객 이탈 현상도 뚜렷한 상황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3으로 전월 110.3 대비 5.1%p 높아졌다. CCSI는 지난해 12월 91.2에서 올해 1월 95.4, 2월 97.4, 3월 100.5, 4월 102.2로 6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보여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지만, 소비 욕구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다소 소극적인 투자 계획을 세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3조원대 전업계 카드사의 무보증사채 발행 한도는 롯데카드가 2조원으로 가장 낮았다. 우리카드는 3조1000억원, 현대카드는 2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롯데카드의 자기자본은 2조4771억원으로 무보증사채 발행 한도는 이 중 80.7%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1분기 우리카드의 자기자본은 2조1207억원, 현대카드의 자기자본은 3조4048억원으로 무보증사채 발행 한도는 각각 146.2%, 73.4% 수준이다.
롯데카드는 실적 면에서도 뒤지는 편이다. 올해 1분기 6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491억원 대비 34.5%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같은 기간 우리카드는 715억원, 492억원을 기록하며 45.5% 성장했다. 특히 현대카드는 올해 1분기 786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1분기 714억원과 비교해 10% 올라섰다.
아울러 롯데카드는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는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현대자동차(
현대차(005380)) 그랜저에 대한 현금구매비율을 10%, 대출 기간을 60개월로 적용했을 경우 롯데카드는 최저금리가 2.9% 최고금리가 5.2%, 우리카드는 각각 3%, 4.6%로 나타났지만, 올해 1분기 양사의 자동차할부금융자산은 1032억원, 1조1668억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수익 또한 롯데카드는 8억원, 우리카드는 79억원을 기록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034950) 연구원은 “롯데카드는 지난해 이후 제반 카드비용이 감소하고 대출채권처분 손익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 추세”라며 “다만 여전히 여타 카드사와 비교해 수익성이 열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또 “카드업계 전반에 정부 규제 강화, 경쟁 심화, 대손비용 부담 증가 등 수익성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비용구조 개선 및 대손비용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롯데카드는 미흡한 투자 계획과 수익성으로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5위 자리 탈환에 실패했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의 개인·법인카드 신용판매 취급액 기준 점유율(구매전용카드실적 제외)은 9.21%로 6위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9.5%로 5위, 현대카드는 16.63%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대비 점유율 상승 폭도 롯데카드는 0.03%p에 그쳤으며 우리카드는 0.61%p 치솟았다. 다만 현대카드는 0.7%p 감소했다.
여기에 롯데카드는 고객 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올해 1분기 롯데카드의 휴면신용카드 수는 164만매로 전체 신용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집계됐다. 우리카드는 81만7000매로 8.75%, 현대카드는 122만4000매로 7.90%로 산출됐다. 즉 롯데카드는 신용카드를 발급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체크카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발급량과 이용금액 모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는 77만8000매를 발급했지만, 이용금액은 1544억원으로 미미했다. 우리카드는 발급 수가 126만7400매, 이용금액은 4조8190억원으로 조사됐으며 현대카드는 발급 수가 10만8000매로 적었지만, 이용금액이 1119억원으로 잡혔다.
일각에선 이 같은 고객 이탈 현상에 대해 롯데카드는 눈에 띄는 시리즈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조좌진 대표가 취임하면서 새 브랜드아이덴티티(BI) ‘로카(LOCA)’를 선보였고 이후 시리즈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지난 2018년 출시한 카드의정석 시리즈, 현대카드가 2003년 내놓은 M 시리즈 같은 흥행 시리즈가 그동안 없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채뿐만 아니라 일반차입금,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자금 조달 방법을 다각화하며 유동성을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유동성 관리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으며, 여타 카드사 대비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가 작고 다양한 조달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회사채 일괄신고 한도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속적인 회원 대상 이용 유도 프로모션을 통해 휴면신용카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신용카드 상품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체크카드 발급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LOCA 시리즈가 출시 6개월 만에 발급매수 50만장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며 “LOCA 시리즈 이용 고객은 여타 카드 이용 고객보다 월평균 35% 이상 많이 사용하는 등 주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롯데카드는 카드사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더불어 개인·법인사업자를 주 고객으로 한 자동차할부금융을 운영 중”이라며 “특히 자동차할부금융 상품인 ‘다이렉트 오토’의 경쟁력을 꾸준히 제고하는 등 자산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할부금융 취급액과 자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말 취급액과 자산은 지난 2018년 말 대비 약 116.9%, 154.8% 증가했다”라고 보탰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롯데카드의 채권 발행 잔액은 회사채 7조2950억원, CP 2조4950억원, 단기사채 8800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각각 10조800억원, 1조9150억원, 3250억원으로 산출됐다. 회사채 비중은 롯데카드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양사 모두 주 채권은 회사채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