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진(002320)의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약 3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한진의 ESG 개선 방침과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흥행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총 6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이번 회사채의 수요예측에서 1740억원의 자금 모집에 성공했다. 한진은 이번 회사채를 2년물과 3년물로 구성했는데, 특히 ESG채권으로 200억원을 발행하는 2년물에 4.6배인 920억원이 몰렸다. 기존 채권 상환과 시설자금으로 활용되는 400억원 규모의 3년물에는 820억원의 자금이 모집됐다. 이달 22일 회사채 발행할 예정인 한진은 이번 수요예측 흥행으로 최대 1000억원의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도 낮게 책정됐다. 앞서 한진은 2년물에 마이너스(-) 30베이시스포인트(bp)~10bp를, 3년물에 마이너스(-) 40bp~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75bp·3년물은 -57bp에 모집물량을 채웠다. 지난 9일 기준 한진의 2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이 3.34%,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4.25%임을 고려하면 2년물은 2%대·3년물은 3%대로 금리를 확정한 것이다. 한진과 같은 BBB+ 등급 기업 중 2%대 금리로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현대로템(064350)·
대한항공(003490)·현대삼호중공업 등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진의 경우 ESG채권의 발행 목적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수요예측 성공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진은 ESG채권으로 발행한 자금을 △차세대 택배시스템 개발 △전기차 전환 △택배기사 건강검진비 지원 △선박 평형수 여과장치 △친환경 물류센터 구축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친환경 기조뿐만 아니라 택배노조와의 합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향후 보다 안정적인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의 ESG채권에 대해 “한진의 ESG 프로젝트와 자금 활용 계획 등이 환경·사회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자체 ESG 평가 최고 등급인 ‘STB1’을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의 ESG 평가는 △프로젝트의 적격성·자금 투입 비중 등을 검토하는 PART1과 △관리·운영 등에서의 투명성을 확인하는 PART2로 구성되는데, 한진은 PART1·2 모두에서 각각의 최고 등급인 E1과 M1을 받았다.
한진의 경우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준 ESG 등급이 △환경 ‘B’ △사회 ‘C’ △지배구조 ‘B+’로 종합 B등급인데, 종합 A등급인
CJ대한통운(000120)보다 두 단계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ESG채권 평가를 기점으로 한진의 ESG 등급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긍정적인 하반기 실적 전망도 한진의 수요예측 흥행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대형 고객사의 재계약 시점이 3분기에 몰려있어 3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의 경우 지난 4월 개인택배 요금을 업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상했고, 7월부터는 계약 고객과 재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 기구 합의문(택배기사 근로환경 개선 관련 합의)’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물류사업도 항만하역사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유망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기관투자가의 투심이 한진의 수요예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BBB+급 이하 채권에 펀드 자산의 30%를 투자하면 공모주 물량 중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으로, BBB등급 중 최상위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