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지역 기반으로 사세를 다져온 중견 유통업체 세이브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통업계가 탈오프라인을 외치는 상황 속에서도 세이브존은 오프라인 사업만을 고집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종합몰 등 그룹 차원의 온라인 대응을 위한 투자도 사실상 전무해 사업 영속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998년 출범한 세이브존은 백화점, 의류 도소매업, 매장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유통기업이다. 자회사로는 세이브존아이앤씨(
세이브존I&C(067830), 지분 51.49%), 세이브존리베라(지분 100%)을 두고 있다. 세이브존은 화정점, 울산점, 해운대점 3곳, I&C는 서울노원점, 성남점, 광명점, 대전점, 부천상동점 등 6개점을 운영한다. 그룹 차원 대형 매장 개수만 약 9곳에 달하는 중견 업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세이브존 매출은 전년 대비 17% 떨어진 1795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0%, 68% 급감한 132억원, 7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코로나19 업황 침체에 설상가상 옵티머스 펀드 피해가 겹쳤기 때문이다. 세이브존I&C는 금융수익 목적으로 해당 펀드에 투자했다가 환매중단 사태가 나오자 이를 금융비용인 단기금융자산감액손실(투자손실)로 30억원 반영하며 당기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었다. 개별 기준으로 보면 이 같은 악재로 지난해 세이브존I&C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222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99억원에 머물렀다.
세이브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액 보상과 관련해서 소송을 전개할 계획인데 (우리가) 전문투자자가 아니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금액을 100% 회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따져볼 부분은 세이브존의 실적 악화가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세이브존은 20년 이상 업력을 뒤로 한 채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의 실적 하락세를 경험하는 중이다. 연결 기준 세이브존 영업이익률은 2017년 17.3%에서 2018년 16.3% 2019년 15.1% 지난해 7.4%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재고자산회전율도 2018년 40.1회→ 2019년 36.1회→ 지난해 30.5회로 내려왔다. 물론 지난해 기준 세이브존I&C의 부채비율은 23.7%, 순부채비율도 마이너스로 사실상 빚 없는 안정된 재무환경을 유지하고는 있다지만,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 비교적 양호했던 재무건전성도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세이브존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7년 955억원에서 지난해 390억원으로 반 토막도 넘게 줄었다.
세이브존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부분은 온라인 대응역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161조1000억원이다.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21.3% 증가(4조6917억원)하는 등 온라인 시장은 끝없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세이브존은 스피드배송 등 언택트 서비스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통합 온라인몰도 아직 구축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향후 온라인 등을 위한 투자계획도 사실상 없다. 세이브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에 30억원씩 투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추가 투자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세이브존이 온라인 대응에 지나치게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보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이브존I&C는 서울 강북구 노원, 경기도 성남과 광명 등에 1만5184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장부가액은 2846억원 수준이다. 다만 해당 토지 등 유형자산은 지난 2009년 이후 공정자산평가를 거치지 않아 현재가 기준 수천억원의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건물을 제외한 보유 부동산 시세만 7589억원으로 부동산 차익만 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세이브존은 아직 종합몰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출처/세이브존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는 자사 건물의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이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이라는 판단하에 소유 건물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고 재무 유동성도 높이기 위함이다. 이미
롯데쇼핑(023530), 홈플러스,
이마트(139480) 등 유통업계는 재임대 방식으로 조 단위의 재원을 확보하며 온라인 배송에 투자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안산점, 둔산 대구점 등 점포를 통해 1.2조원가량을 확보한 홈플러스는 후방창고나 유휴공간 등을 리모델링해 온라인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재원을 통해 매장을 배송 PP(Picking&Packing)센터로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온라인화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세이브존은 현재 신규 출점을 목표로 대상지를 선정하는 등 오프라인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세이브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온라인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수반되고, 이는 곧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온라인 쪽 직접운영은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세이브존은 네이버 및 쿠팡, 카카오와 등과 연계해 인숍(Shop in Shop) 형태로만 온라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산유동화 등 관련해서는 “세일즈앤드리스백은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부분으로 당장은 계획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