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전자가 홈 IoT 부문에서 한화큐셀과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미국의 친환경 기조에 발맞추며 바이든 정부와의 스킨십을 늘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분기 본격적인 북미 시장 진출을 알린 LG전자의 홈 IoT 서비스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왼쪽)과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제로 에너지 홈'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는 5일
한화솔루션(009830) 자회사 한화큐셀과 ‘제로 에너지 홈(Zero Energy Home)’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로 에너지 홈이란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가정에서 직접 생산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가정 내 탄소 배출량을 수치상 ‘0(Zero)’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제로 에너지 홈’ 구현을 위한 플랫폼 연동, 기술·인력 지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한화큐셀이 일반 가정용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전력을 생산·확보하고,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에너지(SmartThings Energy)’ 서비스를 통해 여러 스마트 가전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관리해 주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는 가전과 집, 나아가 자동차와의 연결을 통해 생활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스마트홈 IoT(사물인터벳)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오픈형 플랫폼이어서 삼성전자 가전뿐만 아니라 세계 약 2500개 가전과 연동할 수 있다. 현재 약 2억명의 글로벌 가입자, 월간 사용자 수 7000만명을 확보하며 구글·아마존에 이어 세계 3위 홈 IoT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화큐셀과 손잡은 배경에 대해 ‘미국의 친환경 기조를 지원하면서 바이든 정부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미국 내 가전 점유율 등을 굳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나의 약속을 과소평가 말라”고 선언하며 2050년까지 배출량만큼 탄소를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와 한화큐셀의 이번 합작 프로젝트는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어서 미국 정부의 지원도 기대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에너지 절약형 빌딩·주택 건설 △인프라 개·보수 △전기차 보급에 2조달러, 우리돈 약 2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은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의 조사 결과, 한화큐셀은 미국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3년 연속 1위(2018~2020년 기준)를 기록했다. 삼성SDI가 이미 가정용 ESS를 선보였음에도, 삼성전자가 한화큐셀을 택한 이유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은 “한화큐셀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가정용 에너지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한화큐셀과의 협력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 후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LG전자(066570)를 견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3월 미국 스마트홈 솔루션 업체 스마트렌트(SmartRent)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LG전자가 보유한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에 스마트렌트의 서비스를 더해 북미 IoT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LG전자 역시 자사 가전뿐만 아니라 타사의 가전도 씽큐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의 대항마로 꼽힌다.
LG전자의 스마트홈 IoT 플랫폼 씽큐(ThinQ)/LG전자
2017년 설립된 스마트렌트는 부동산 임대인·건물 관리자·주택 건설업자 등이 효율적으로 건물과 주택을 관리할 수 있도록 IoT 기기를 설치해주고 관련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스마트렌트의 IoT 서비스는 건설사·시공사를 통해 건물·주택의 설계 때부터 설치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고, 시장 확장성도 크다는 강점이 있다.
TV·가전 부문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LG 씽큐 플랫폼의 성장을 간과할 수 없게 하는 근거가 된다. LG전자 TV와 가전을 사용하는 가구가 늘수록 씽큐를 활용하는 고객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트랙라인이 발표한 올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20.9%로 1위를, LG전자는 15.8%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TV 부문에서 LG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디스플레이 전문 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2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42%로 1위를 유지했지만,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는 13%포인트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로 국내외 홈 IoT 부문을 주도하고 있지만, LG전자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라며 “이번 한화큐셀과의 협력으로 한 단계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겻”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