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5년간 1조원 유상증자를 목표로 내건 가운데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출처/비바리퍼블리카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가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충분한 규모의 증자가 지속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토스뱅크가 5년간 1조원의 유상증자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먼저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선 목표 이상의 증자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형금융사를 주주로 두고 있는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으면서 자본건전성 우려가 뒤따랐던 것을 볼때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감당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구심이 커진다. 현재 토스는 경쟁사의 대주주 자본 여력과는 대비되는 상황으로 적자 행진 속에 불안한 자본력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토스뱅크의 총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과 동일하다. 최대주주는 지분율 34%를 보유한 토스로 이어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가 각각 동일한 10%, SC제일은행이 6.7%, 웰컴저축은행이 5%, 한국전자인증이 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업계는 목표 상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장 기반을 닦아왔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기 위해선 자본금 확대가 선행되는 여·수신 영업이 필수라고 부연했다.
반면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2조483억원을 나타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하면서 자본금이 9017억원에서 2조1515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토스뱅크가 당장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1조원 가량 뒤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1.5%로 가정했을 때 자본금이 1조2000억원은 돼야 여·수신 규모 8조원이 성립하고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9년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는데 당시 자본금이 1조8255억원, NIM은 1.41%였다고 덧붙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대화에서 “사업 확장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라며 “유상증자 계획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까지 1조원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고 주주사들에게 설명했으며 긴밀히 협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대주주 토스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주주사들은 지분율 이상의 유상증자 참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토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연결기준 4783억원으로 전년 1338억원 대비 72% 불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910억원, 1244억원으로 나타났다. 36.7% 개선됐지만,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즉 현금및현금성자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매도가능증권을 처분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법인세가 문제다. 토스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은 소프트웨어공제조합에 대한 지분증권으로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212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모두 처분할 경우 22%에 해당하는 47억원을 법인세로 지출해야 한다. 토스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13억원으로 이를 고려하면 비용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다.
다만 지난 23일 토스는 4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미국 투자사인 알키온이 각각 1000억원, 840억원 규모로 투자하고 기존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와 그레이하운드 등도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스의 또 다른 계열사 토스증권이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토스증권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140억원을 모집한다고 공표했다. 앞서 지난 2월 토스증권은 100억원을 확충했으며 ▲4월8일(50억원) ▲4월15일(100억원) ▲5월3일(80억원) ▲5월20일(200억원)까지 다섯 차례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사들 입장에선 기존에 정해져 있는 지분율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정해진 한도 이상은 검토한 바 없다”라고 못 박았다. 또 “만약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신규 주주사를 영입한다면 기존 주주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부 주주사가 지분율 이상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최대주주인 토스의 실적 개선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량의 실권주가 발생하면 유상증자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KT(030200)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서 유상증자에 실패했고 대출 영업을 1년간 중단했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여타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느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토스의 자본 여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되며 토스 외 주주사들의 유상증자 참여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상증자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