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최근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가온미디어(078890)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안정적인 등급을 부여받았다. 다만, 열위한 교섭력에 따라 운전자본변동성은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기업평가(034950)(한기평)는 종속회사 가온브로드밴드 기업공개(IPO) 추진 등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24일 한기평은 가온미디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진단했다. 가온미디어가
KT(030200), SK브로드밴드 등 종합통신사업자를 고정거래처로 확보하며 글로벌 영업기반을 갖췄고, 유동성 대응 능력이 양호하다고 한기평은 내다봤다.
가온미디어는 셋톱박스와 네트워크 장비 제조·판매를 주사업으로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법인이다.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4831억원, 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68.2% 감소했지만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두며 반등 활로를 열었다.
1~3월 회사 매출액은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3.3% 늘어난 1215억원을, 영업이익은 무려 288% 늘어난 7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60억원) 역시 전년보다 약 80% 증가했다. 1분기까지 단기성차입금은 총차입금 대비 73.4% 비중(614억원가량)을 차지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단기 상환부담은 높은 편이지만 7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성자산과 자체 채무 상환재원, 외화대출 492억원 원화대출 115억원 등 금융권 미사용여신한도를 고려할 때 전반적인 유동성 대응력은 건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짚어볼 부분은 선명하다. 전후방산업 대비 교섭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까닭에 영업수익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유료방송가입자 감소세로 셋톱박스 업황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작년 판매량 감소로 인해 매출 내림세가 두드러졌고 이에 고정비 부담이 가중했다.
1분기 순항을 탔지만, 안정권에 들어선 건 아니다. 주력제품 제조원가 중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AI 셋톱박스 등 제품 성능 향상에 의해 부품 소요량이 증가해서다. 원재료 가격 민감도가 이전 대비 늘어나 단기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얘기다.
운전자본 추이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앞서 회사는 영업현금창출력(OCF)을 상회하는 운전자본투자로, 2017~2018년 순영업현금흐름(NCF)이 적자 기조를 나타냈다. 2019년 반도체 가격 하락과 매출이연효과로 NCF가 흑자로 전환했고, 이듬해 해외 거래처 요청에 따른 채권 회수기간을 매입채무 결제기일 연장으로 대응해 위기를 모면했다.
가온미디어 현금흐름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송종휴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다만, “매출채권 회전기일이 늘어나는 추세고, 여기에 과거 대비 높아진 원재료 가격 민감도와 열위한 교섭력을 감안하면 운전자본 변동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수익성과 운전자본 제어능력 개선 정도가 향후 신용도 관련 주요 모니터링 요인”라고 강조했다.
가온미디어는 최근 105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찍어냈다. 만기는 30년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한양증권(001750),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다. 조달 자금은 신사업 구축 등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전날엔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에 136억원 채무 보증을 결정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온브로드밴드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송 연구원은 이를 두고, “IPO 추진 구조와 자금 유입 규모에 따라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이 상이할 수 있다”라며 “진행 경과에 대해 추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