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70조5848억원.’
카카오(035720)의 지난 22일 시가총액이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상장 기대감을 등에 업고 신고가 랠리를 기록하던 카카오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시총 7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시총 3위에 안착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됐던 자회사들의 상장을 놓고 고평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지 않았던 카카오페이는 20조원 가까이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분사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망분리 이행 위반 등 리스크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던 만큼,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 카카오페이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26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통상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며 이후 카카오페이는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후 이르면 7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주선인은
삼성증권(016360)과 제이피모간증권 서울지점,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맡는다.
작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 카카오페이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56.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ALIPAY SINGAPORE HOLDING PTE)가 43.90%를 갖고 있다. 장외 유통 주식은 없다. 다만 예비심사 신청 당시 카카오페이가 공개했다 삭제한 공모개요에 따르면 상장예정주식 수는 1억3336만7125주로,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9조8292억~12조8433억원으로 나왔다. 주당 발행가는 7만3700~9만6300원, 공모예정금액은 1조4740억~1조9260억원이다.
연내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주식거래가 가능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픈과 함께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시 등 서비스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올해 3월 기준 3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데다 지난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했고 지난 10일 금융위로부터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인가도 획득했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844억원으로 전년(1411억원)보다 2배가량 늘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79억원, 250억원으로 전년(653억원·650억원)보다 줄었지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적정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테크핀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고 수익 지표 또한 제한적인 까닭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밸류에이션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15조원으로 가장 높으며
KTB투자증권(030210)(13조원), SK증권(10조6600억원),
메리츠증권(008560)(9조6000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추정 거래액 100조원에 멀티플(Multiple) 0.15배를 적용해 시뮬레이션 평가를 내렸다”면서 “상장을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나 동종업계(Peer)인 네이버페이 평가가치도 함께 살펴봤다”라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또 “카카오페이의 경우 플랫폼 경쟁력은 우수하나 네이버페이 대비 이커머스(EC) 거래액과 결제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점을 감안해 거래액 대비 적용 멀티플은 네이버페이의 절반 정도로 책정했다”라고 부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EC 거래액은 네이버페이가 27조8000억원이었지만, 카카오페이는 5조6000억원에 그쳤다. 카카오페이의 결제액 또한 송금 비중 50% 이상을 차지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월간이용자(MAU·Monthly Active Users)를 기반으로 현재 카카오페이의 적정가치를 13조원으로 부여하고 있다”면서도 “손익 지표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등이 나온 이후 기업가치 부분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뉴시스
소속을 밝히기 거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통 PSR(주가매출비율)이나 PER(주가수익비율)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데 카카오페이의 경우 기타 금융업으로 분류되지만 상당히 애매한 포지션”이라며 “증권사별로 거래액 대비 시가총액 비율(EV/TPV)이나 MAU 등 다양한 멀티플을 활용하고 있지만, 섹터별로 가중치가 다르고 향후 성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도)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태료 6960만원과 경영유의 등 제재조치를 받는 등 리스크도 불거진 상황이다.
내부 업무용시스템, 정보처리시스템 등의 망분리 이행 위반과 전자금융사고 및 정보처리시스템 장애 보고 누락 등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점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경우 거래액 포트폴리오 변화 등에 따라 기업가치가 20조원 가까이 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적정가치는 9조6000억원으로 평가한다”면서 “카카오페이의 올해 카카오페이 거래액을 100조원으로 가정하고 지급결제 80%와 투자 5%·대출중개 10%·보험 5%로 추정, 결제·송금 사업의 상각전이익(EBITDA)멀티플 15배와 금융 비즈니스 주가순자산비율(PBR) 2.5배를 적용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올해 카카오페이 영업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55% 늘어난 4408억원, 영업이익은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면서 “향후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는 거래액 포트폴리오 변화와 수익화 정도에 따라 14조7000억~19조2000억원으로 상향 가능하다”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아직 심사 결과가 안 나온 시점에서 적정 가치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나오면 공모일을 결정해 기업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