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대표적인 민간 석탄발전기업 삼척블루파워가 공모채 전량 미매각 사태에 직면했다. 신용도 하락에 ESG 문제가 겹치면서 투심이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모회사인 포스코에너지도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석탄 사업에 의지하고 있어 ESG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17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5회차 무보증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단 한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희망 금리밴드 상단을 개별 민평금리 대비 최대 100bp까지 가산해 제시하며 투심을 얻고자 했지만, 결국 전량 미매각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삼척블루파워의 이번 수요예측 실패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기조에 신용등급 전망 하락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라고 전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을 1050MW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2기 건설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세계의 운용사와 투자사들이 석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상황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은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는 지난 15일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석탄발전에 비우호적인 산업환경 및 제도변경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목표하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탈(脫)석탄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최소 40%로 상향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재무건전성 악화도 문제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12년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9.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149.3%로 급증했다.
나이스신평의 집계 결과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인 ‘잉여현금흐름’도 2016년 –169억원에서 지난해 –3181억원으로 적자폭을 확대했다. 차입금을 상환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줄고 있다는 의미다.
수요예측 실패에 더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도 공사 중단으로 8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나이스신평은 등급하향 검토 요인으로 △정부 정책 변동 △발전소 공정 추이 △투자비 불인정 유무 및 수준 △회사채 차환 등 조달 환경 대응능력 등을 제시했는데, 이중 과반수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척블루파워의 지분 약 29%를 보유한 포스코에너지의 입장도 곤란하게 됐다. 자회사가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기 위한 수요예측에 실패하고, 삼척화력발전소 건설도 정부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진행하지 못한 채 비용만 나가고 있어 ‘ESG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에너지 지분 89%를 보유한 포스코(
POSCO(005490))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지난달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도입을 밝히며 석탄발전 관련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난처해졌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이나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말한다.
포스코에너지는 올해 4월 △GS에너지 △SK E&S △
두산중공업(034020) △한화에너지 △
현대차(005380) △
효성중공업(298040) 등과 함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얼라이언스’를 구성했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에 뛰어드는 등 ESG 강화 기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연료전지 부문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석탄발전도 이어가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 특성상 ESG경영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삼척블루파워의 자금조달 문제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포스코에너지도 ESG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