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과도한 판매관리비로 인해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SK증권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SK증권(001510)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판매관리비(판관비)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규모가 유사한 중소형 증권사들과 비교해도 판관비의 지출이 상당할 뿐 아니라 통상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영업순수익 커버리지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SK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금융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1인당 생산성에서도 업계 최하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증권의 판관비는 별도 기준 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124.9%, ROE는 9.1%로 업계 평균 230.3%, 17.7%를 각각 105.4%p, 8.6%p나 밑돌았다.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판관비 대비 영업순수익으로 증권사의 이익창출력과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준다. 신용평가사들은 140%를 초과해야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한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거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SK증권과 함께 자기자본이 5000억원대인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부국증권(001270)의 판관비는 292억원,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184.8%, ROE는 15.3%로 조사됐으며
KTB투자증권(030210) 역시 판관비가 430억원, 영업순수익 커버리지가 217.1%, ROE가 34.2%로 양호했다. 올해 1분기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SK증권 5830억원, 부국증권 5532억원, KTB투자증권은 5466억원으로 산출됐다.
그동안 SK증권은 판관비가 꾸준히 상승했다. 반대로 영업순수익 커버리지와 ROE는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SK증권의 판관비는 지난 2017년 1772억원에서 2018년 1940억원, 2019년 2045억원, 지난해 2147억원으로 연간 약 6.6% 확대됐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482억원 대비 41.5% 급증했다.
SK증권의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지난 2017년 117.3%에서 2018년 108.2%, 2019년 120.7%, 지난해 104.8%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ROE도 3.8%, 2.3%, 5.9%, 1.7%로 내리막을 걸었다. 올해 1분기에는 각각 124.9%, 9.1%를 가리키며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1분기 판관비 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인건비였다. 전체 판관비에서 67.9%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293억원 대비 170억원 급증했다. 인건비가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김신 대표이사의 보수로 지난 2019년 1분기 2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1분기 8억3800만원, 올해 1분기 10억49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올해 1분기 SK증권의 1인당 생산성은 업계 최하위였다. 1인당 생산성은 영업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SK증권의 월평균 1인당 생산성은 629만원으로 업계 평균 3000만원과 큰 차이가 났다.
부국증권과 KTB투자증권이 각각 2902만원, 4001만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격차가 뚜렷했다. SK증권과 임직원 수가 비슷한 ▲
DB금융투자(016610)(1982만원) ▲
유진투자증권(001200)(1518만원) ▲하이투자증권(1930만원)도 SK증권의 1인당 생산성을 웃돌았다.
이처럼 SK증권의 1인당 생산성이 저조한 수준을 보이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신사업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18년 SK그룹에서 계열 분리됐지만, 여전히 SK그룹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6년과 지난해 SK증권의 사업부문별 시장점유율(M/S)을 비교해보면 위탁매매부문은 2.4%에서 1.7%로, 투자은행(IB)부문은 2.0%에서 1.5%로 각각 0.7%p, 0.5%p 쪼그라들었다. 운용부문은 2.0%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자산관리는 1.1%에서 1.6%로 0.5%p 확대됐다.
SK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그룹 계열사 기업공개(IPO) 인수사로 참여해 약 30억원의 인수대가를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지난 4월 SK증권은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81조원을 끌어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IPO에서 171만1200주를 배정받아 14억3700만원을 인수대가로 가져갔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SK증권이 SK그룹에서 매각된 이후에도 SK그룹의 회사채를 주관하고 인수단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점은 사업안정성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부채자본시장(DCM)부문의 우수한 시장지위에도 불구하고 고비용구조, 타 사업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이익창출능력이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중개부문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지만, 대형 증권사 위주의 투자중개부문 시장구조에 따라 SK증권의 투자중개부문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6년 2.4%에서 지난해 말 1.7%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SK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표이사의 보수가 늘어난 것은 성과급 때문"이라며 "올해 1분기 성과급은 최근 3년간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지난 2019년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투자 열풍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제세공과금도 늘었는데 결국 올해 1분기 판관비 항목 중에서도 세금과공과금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라고 했다.
아울러 "영업순이익 커버리지, ROE가 올해 1분기 개선됐다"라며 "자산관리부문 강화를 위해 최근 인수한 트리니티자산운용과 PTR자산운용, 엠에스상호저축은행(MS저축은행)을 통한 중장기적 성과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한편, 판관비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항목은 세금과공과금(44억원)으로 전년 17억원 대비 27억원 늘었다. 이어 전산운용비가 47억원으로 전년 40억원 대비 7억원 확대됐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