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X그룹의 일원이 된
LG하우시스(108670)가 성장성 우려에 직면했다. 외형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LG하우시스는 실적 부진의 주범인 자동차소재 부문의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건축자재 부분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사명에서 LG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신사업 부재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LG하우시스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LX하우시스(엘엑스하우시스, 영문명 LX HAUSYS, LTD.)’로 바꾼다. LX그룹 계열사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됐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문제는 성장성이다. LG하우시스의 매출은 지난 2017년 3조원 대로 올라선 뒤 큰 폭의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18년부터는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해 51% 이상 감소한 후 지난해까지 700억원 내외에서 머무르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아직 200%를 넘지 않아 건전한 수준이지만,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16년 144%까지 떨어졌던 부채비율은 2017년부터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는 약 185%를 기록했다.
LG하우시스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소재 부문의 부진이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는 △자동차 대시보드 등 실내 부품과 소재 △인테리어용 필름 △가전제품용 코팅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매출 1조원 선이 깨지며 9000억원 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85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부터 적자전환했고, 작년 영업손실도 45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07.8% 증가했다.
올해 1월 현대비앤지스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협상이 중단되면서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MOU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매각에 대해 추가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보고서를 통해 “차량소재·산업용필름 사업부 매각을 통한 신용도 개선이 등급하향을 제한할 수 있는 1차적인 요인이지만, 현재는 매각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하우시스 총매출의 약 28%인 자동차 소재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익성이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수익원인 건축자재 부문이 건설 경기 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미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요인이다. 창호·바닥재·인조대리석 등을 개발, 생산하는 LG하우시스의 건축자재 부문은 매출의 7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 안정적인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건설 경기 둔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18년부터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LG하우시스 건축자재 부문 매출은 지난 2017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8년 2조2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16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LG하우시스 측은 친환경·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B2C 강화 등을 통해 매출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할 예정이지만 큰 폭의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부터는 건설 경기가 살아날 수 있지만,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 경기가 나빠질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라며 “건축자재 사업 역시 건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명에서 LG를 떼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우시스가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된다면 계열요인에 의한 신용도 보강효과는 약화될 전망”이라며 “재무안정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열 요인 약화로 인해 최종 신용등급은 하향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유사시 LX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LG와 비교하면 지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G하우시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30% 정도인데, 신용도가 떨어지면 수주에 악영향을 미쳐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 영업할 때와 LX로 영업을 할 때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비단 신용도 문제뿐만 아니라 사명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외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 수익성에 대한 염려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검토하는
LG상사(001120)와는 달리 LG하우시스는 아직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주주총회 목적을 설명한 최근 공시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목적 추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한 B2C 부문의 온·오프라인 강화 등 건자재 중심의 성장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하우시스의 경우 건축자재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지만, 자동차 소재 부문의 저조한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