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해 1분기 3조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실적을 낸 증권사들이 유휴 점포를 활용해 짭짤한 임대 수익까지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T) 등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하면서 지점을 늘리기보다 보유 빌딩을 리모델링해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코로나19발 ‘착한 임대인 운동’ 여파로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임대 수익이 감소한 상황 속에도 부동산 임대료가 당기순이익의 20%에 육박하는 등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003470)·
키움증권(039490) 등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국내 23개 증권사의 영업외 수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은 1325억원으로 이 가운데 18%인 234억원이 임대료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임대수익은 작년 1분기(265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별도 기준 총 당기순이익(2조2605억원) 중 임대료 수익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1.03%다. 사옥 이전 수요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감면 혹은 면제해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전개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통상 임대료 수익은 손익계산서 상 영업외수익으로 계상돼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본연의 업무는 아니지만 저금리 시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투자부동산 처분을 통해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증권사의 수익 다각화 방안으로도 꼽힌다.
실제 증권사들은 최근 1년간 국내 지점과 영업소(953곳)를 4.8%가량 줄이는 반면 투자부동산 임대와 처분을 통해 수익을 챙겨왔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대신증권(003540)(작년 말 기준 218억)·신한금융투자(100억)·
교보증권(030610)(97억)·KB증권(96억) 등이 연간 기준 100억원 수준의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순이익 대비 임대 수익 비중도 올해 1분기에만 최고 20%에 달하는 등 수익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임대 수익을 가장 많이 거둬들인 곳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투자부동산과 관련해 44억9100만원의 임대수익을 인식하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당기순익(815억)의 약 6%가 임대수익인 셈이다. 연결기준 임대수익은 326억원으로 1년 전(109억원) 대비 3배 늘었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 2016년 명동예술극장 부지를 인수해 지하 7~지상 26층·연면적 5만3328㎡의 대신파이낸스센터를 완공했다. 현재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에는 대신증권을 비롯해 대신저축은행·대신에프앤아이(F&I)·대신경제연구소·대신프라이빗에쿼티 등 계열사가 입주해 있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인 위워크 을지로점도 대신바이낸스센터 7~16층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서울 나인원한남이 분양방식을 놓고 벌어졌던 입주민들과의 소송이 민사소송 기각과 행정소송 취하로 일단락되면서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부동산 금융 수익도 기대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남동 주택부지 사업 관련 투자부동산과 경매로 취득한 유동화부동산 등 매각예정비유동자산은 1조3258억원으로 조사됐다.
신영증권 또한 리모델링 이후 공실률 제로를 자랑하며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내고 있다.
3월 결산법인인 신영증권의 작년 말 기준 임대수익은 54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말에 견줘 8.8% 가량 감소한 수준이지만, 2018년 여의도 사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이후 공실률 없이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연간 임대수익을 보면 지난 2018년 3월 말 전무했던 임대수익은 2019년 43억8000만원, 2020년 59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 사옥은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로 현대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을 비롯해 반디앤루니스 서점과 식음료매장, 의류매장 등이 임차 중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투자부동산 일부를 매각하면서 임대 수익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여의도 사옥은 공실률이 없는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백아란기자
임대료 수익 의존도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유화증권으로 나왔다. 올해 1분기 유화증권이 챙긴 임대료는 9억8700만원으로 전년동기(4억3000만원)대비 128% 급증했다. 당기순이익(60억8000만원)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한다. 특히 유화증권의 임대수익은 증권사 주 수익원인 수수료수익(7억929만원)도 뛰어넘었다.
증권업계가 동학개미를 등에 업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서 호실적을 시현한 상황 속에서도 임대 수익에 기대어 온 것이다. 현재 순이익 대비 임대료 비중은 대신증권(5.5%)·교보증권(5.1%)·신영증권(3.2%)·부국증권(3%) 순으로 높다.
한편 자산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사옥 이전을 택하는 증권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 여의도 파크원 타워2 건물로 사옥 이전을 완료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ARA코리아자산운용과 손잡고 4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와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주선을 통해 해당 건물을 매입한 바 있다. 파크원 타워2의 전체면적은 16만2000㎡로 NH투자증권은 2층 영업부금융센터와 농협은행을 비롯해 총 5만7520㎡(약 1만7400평)을 사용한다.
이에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울산사옥 등 11곳의 부동산 매각도 추진했다. 비업무용 건물을 매각해 자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매각 최저가격은 총 282억8000만원이다.
이밖에 이베스트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연초 약 6만8000㎡ 규모의 포스트타워로 본사를 이전했으며,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4월 코켐과의 임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KTB빌딩(구 하나증권빌딩)으로 이전을 검토 중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임대료는 안정적인 수익을 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최근 여의도에 새 빌딩들이 많이 들어섰고 렌트프리(일정기간 임대료를 면제하는 것) 같은 혜택을 주는 곳도 많아 과다 공급에 따른 오피스 공실률 증가나 관리비 지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자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휴 부동산을 활용한 수익 창출방안이나 투자 부동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등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