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주식자본시장(ECM) 강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데다 9년여 만에 코스닥 직상장을 주관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특히 이번 복귀전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공모주 투자에 따른 신규 고객 유입 효과와 지분투자로 인한 수익도 확보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18일 상장 예정인 인공지능 기반 보안 플랫폼 기업 이노뎁의 기업공개를 단독 주관하며 ECM시장에 복귀했다. 이날 이노뎁은 지난 3일부터 양일간 총 공모주식수의 55%인 기관투자자 대상 물량 57만7500주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국내외 1235곳의 기관이 참여해 1573.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4000원~1만8000원) 상단인 1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모가 20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이 약 80%에 이르렀고, 기관투자가에게 모두 주식을 배정하고자 공모희망가 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 청약이 오는 9일부터 양일간 진행된다는 점을 배제하더라도 기관 수요예측은 일단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단독 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이노뎁 상장을 통해 6억8134만5000원을 인수대가로 얻게 된다. 여기에 최고 4000원에 달하는 청약 수수료와 총 발행금액 1.0% 이내의 성과수수료가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신규 고객 유입효과도 만만찮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개설된 신규계좌개설 건수는 5만8097좌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5월까지 개설된 월별 신규 계좌 건수(1만5149건)의 5배에 달한다.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권사 고객 유치로 이어진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이 IPO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12년 씨제이헬로비전 상장주관 이후 약 9년 만이다. 그동안 하이투자증권은 코넥스, 스팩(SPAC) 상장에 주력하는 등 기업공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최대주주가 현대미포조선에서
DGB금융지주(139130)로 변경되고, 신임 대표인 김경규 사장이 키를 잡으면서 분위기도 달라진 모습이다.
LG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장, 우리투자증권 주식영업본부장, LIG투자증권 대표를 지낸 김 사장은 취임 후 ECM 업무 강화를 위해 투자은행(IB) 사업본부 ECM실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추가로 신설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했으며, IB사업본부 산하 ECM실을 ECM1팀과 ECM2팀, 종합금융팀으로 확대 재편했다. 기존 하이투자증권의 강점인 부동산금융과 채권 부문에서의 지속 성장과 함께 종합IB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하이투자증권
이 결과 2017년 3월 59억원 수준이던 하이투자증권의 IB부문 수익(인수·주선 및 매수·합병,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은 2019년 3월 195억원, 지난해 3월 441억원에서 올해 1분기 48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순영업수익(1145억원)을 살펴보면 IB·PF수익이 542억원으로 47.3%를 차지하고 있다. IB·PF수익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난 수준이다. 브로커리지와 상품운용, WM 수익은 각각 247억원, 155억원, 4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 대한 차익기대감도 존재한다. 특히 이노뎁의 경우 지난 2016년 11월 말 주당 8000원에 6만2500주를 취득해 현재 12만5000주(지분율 2.13%·무상증자 반영)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만으로 최소 2배 이상의 차익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하이투자증권은 자동차용품 전문 기업인 불스원과 로봇 자동화 전문기업인 나우테크닉스와 코스닥 상장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IPO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도 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경규 사장 취임 이후 투자은행(IB) 사업본부 산하 주식자본시장(ECM)실을 확대·개편하는 등 ECM업무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공개된 나우테크닉스와 불스원 이외에도 기업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노뎁의 지분에 대해서는 "의무보유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당장 차익을 얻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기 보다는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