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오늘날의 회계감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825년 영국에서 철도가 처음 건설된 후 철도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철도산업의 특성상 복잡한 재무 문제가 발생하였고, 가동률이 문제가 되고, 감가상각비가 논란이 되는 등 철도산업은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따라서 철도산업의 분식회계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작성한 회계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독립적인 외부전문가가 확인해주는 절차(‘회계감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1850년대를 전후해서 오늘날의 4대 회계법인의 모태가 된 회계법인들이 설립되었고, 1854년 스코틀랜드에서는 ‘칙허회계사’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미국에서는 1887년 ‘미국공인회계사회(AICPA)’가 설립되었다. 이와 같이 회계감사와 이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 출현하게 되었다.
최근에 ESG가 중요한 화제로 떠오르면서 기업이 발행하는 ESG 보고서나 ESG 채권 등에 대한 인증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철도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기업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과장해서 담거나 왜곡될 수 있으므로 독립적인 외부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다.
ESG 보고서나 ESG 채권 등의 인증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인증을 강제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ESG 보고서에 대한 인증이 현재는 자율이지만 ESG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는 강제화되어야 한다. ESG 보고서의 인증 강제화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ESG 보고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다만, ESG 활성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ESG 보고서 발행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강제화되어야 한다.
둘째, 인증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다. ESG 인증을 적극적 확신을 제공하는 ‘감사(audit)’로 할 것인지, 감사보다는 완화된 소극적 확신을 제공하는 ‘검토(review)’할 것인지, 아니면 ‘검증’이나 ‘평가 등급’을 부여하는 방법 등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존재한다. 환경부 등이 2020년 12월에 제정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서는 녹색채권에 대한 외부검토 유형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와 유사하게 ‘검토 의견’, ‘검증’, ‘인증’, ‘평가 등급 부여’ 등 4가지로 구분하고 방식은 자율적으로 선택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ESG 보고서의 확신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인증기준의 통합 문제다. ESG 보고서의 작성기준이 현재 수백 개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증기준도 여러 개가 존재하여 혼란스럽다. 작성기준과 마찬가지로 인증기준도 통합되어 실무에서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넷째, 누가 인증할 것인가(인증 주체)의 문제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외부검토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한 회계법인, 신용평가회사, 컨설팅회사, 연구기관 등이 수행할 수 있다. 사실상 외부검토 기관의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외부감사법에 의한 감사인(공인회계사)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르다. 인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을 갖춘 기관만이 인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격증 제도의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인증보고서 형식의 통합 문제다. 재무제표 감사에 대해서는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라는 정형화된 보고서 양식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의 ESG 인증보고서는 일정한 형식이 없다. ESG 인증보고서의 비교가능성 확보와 ESG 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빠른 식별이 가능하므로 인증보고서 형식의 통일도 필요하다.
ESG 보고는 아직 시작단계이므로 점차 정착되어 갈 것으로 생각된다. 철도산업의 발달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의 회계감사와 이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 직업이 시장의 수요에 의해 출현한 것처럼 ESG와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인증의 문제가 대두되고 정착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 급부상한 ESG가 인증을 통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