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억울한 하나은행…옵티머스 탓에 수수료수익 '뚝'
수탁사 책임 전가로 펀드수수료 사모펀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 못해
올 1분기 자기자본수익률 ·총자산이익률도 내림세
막내 카카오뱅크와도 상반된 흐름
공개 2021-06-16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의 순수수료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출처/하나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억울함을 내비치고 있는 하나은행이 순수수료이익(수수료이익)까지 갈수록 줄어들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모펀드(PEF) 사태 이후 고객들이 펀드 가입을 꺼리는 등 금융상품 판매가 쉽지 않았던 영향이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 속에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법률리스크에 분위기는 잔뜩 위축된 모양새다. 결국 하나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용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도 수수료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도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하나은행의 수수료이익은 1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576억원 대비 7.65% 축소됐다. 지난해 5667억원을 시현하며 전년(6420억원) 대비 13.29%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비이자이익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이익이 줄어든 탓에 3대 시중은행 자리를 우리은행에 내줬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018억원으로 우리은행(5526억원)과 508억원 차이가 났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2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286억원 대비 4.63% 성장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하나은행의 수수료이익 축소 배경에는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034950) 연구원은 “비이자부문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비이자부문에서 수수료수익 확대를 위해 금융투자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했으나 불완전판매 리스크 증가가 증가했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등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손해배상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뜻한다.
 
앞서 지난해 3월 하나은행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신규 사모펀드 영업 금지 제재를 받았다. 이후 조직 정비와 완전 판매를 위한 상품 선별에 공을 들이며 판매를 재개했지만, 그 여파는 올해 1분기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수수료이익 내역을 살펴보면 총수수료수익이 1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2075억원과 비교해 4.96% 줄었다. 반면 총수수료비용은 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499억원 대비 2.84% 확대됐다. 즉 이익은 줄고 비용 부담은 가중됐다는 이야기다.
 
펀드수수료는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펀드수수료는 230억원으로 지난 2019년 1분기 300억원 대비 30.43% 감소했다. 전년 동기 190억원 대비 24.7% 늘었지만 향후 옵티머스 펀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나은행은 최악의 경우 또다시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의 책임이 인정되면 지난해와 같은 제재가 유력해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하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하나은행 직원들이 지난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다른 펀드 자금을 이용해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을 돌려막기 하는 데 가담했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모는 약 92억원으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은 수탁사로서의 책임도 지게 된다.
 
반면 올해 1분기 여타 은행들의 수수료이익은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은 3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2982억원 대비 5.83%, 우리은행은 2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2% 각각 개선됐다. 다만 신한은행은 2379억원의 수수료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2543억원 대비 6.48% 후퇴했다.
 
아울러 은행권 막내인 카카오뱅크는 중도상환수수료와 ATM이용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수수료이익이 많아졌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는 고객을 대신해 ATM 비용 136억원을 지불했지만, 수수료이익은 132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31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비즈니스 성장세를 이유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의 계좌를 빠르게 개설할 수 있는 주식계좌개설 신청 서비스는 올해 1분기에 카카오뱅크를 통해 61만4500좌가 새로 개설됐다. 제2금융권의 대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연계대출 누적금액도 지난 3월 말 2조5300억원으로 불어났다. 체크카드 이용자 및 결제 실적, 제휴 신용카드 신청 서비스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자기자본수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ROE는 8.8%로 전년 동기 8.85% 대비 0.05%p, ROA는 0.58%로 전년 동기 0.6% 대비 0.02%p 각각 내려갔다. 카카오뱅크의 ROE는 6.07%로 전년 동기 3.73% 대비 2.34%p, ROA는 0.69%로 전년 동기 0.32% 대비 0.37% 치솟았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전보다 좀 더 리스크 관리에 힘을 쓰면서 사모펀드를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라며 “다만, 올해 1분기 수수료이익 감소를 이끈 것은 외환 관련 수수료”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환전을 요청할 경우 외환매매이익이 발생하지만 해당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