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수천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고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가 판매사와 수탁사 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이 투자자들로부터 양수받은 수익증권과 제반권리를 토대로 수탁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의 구상권 청구 방침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만큼 소송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관련 소송과 우발채무에 따른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표/하나금융
26일 하나은행은 입장문을 통해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관련 손해배상청구 계획에 유감을 표했다. 하나은행은 이날 “사태의 원인이 수탁사에 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청구 계획을 밝힌 것에 깊은 유감”이라면서 “은행의 과실이라고 주장한 사항들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옵티머스 판매사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원금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미환매 펀드 원본(5146억원) 중 84%인 4327억원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로, 투자원금은 일반투자자 831명(2780억원)에게 반환된다.
이번 결정은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합의의 형태로 이뤄진다. 이는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다른 기관에 대한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
실제 NH투자증권은 고객과의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생각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25일 옵티머스 펀드사태와 관련해 운용사-판매사-수탁은행-사무관리회사의 연대 손해배상 추진방안을 밝히고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연대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도 선제적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관련 재무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판매와 관련해 약 21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으며 올해 1분기에도 약 400억원의 추가손실을 인식한 바 있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옵티머스 다자보상에 따른 충당금을 별도로 쌓아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1분기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별도 기준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2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누적 대손비용률은 작년 1분기 0.06%에서 0%로 하락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발채무 같은 게 잡힐 수 있으니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나은행은 수탁사일뿐,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의 수탁업무를 진행하면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수탁사로서의 의무를 준수하고, 충실히 이행해 왔다”라며 “향후 진행 사항에 따라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