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레미콘 유진기업 지분 매입하는 등 경영 능력 시험대 조성유석훈 상무, 최근 레미콘 계열사 '동양'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되기도주력 레미콘 사업 평가 전장으로…지난해 이어 1분기 부진한 실적 '경종'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승계 후보자로 꼽히는 유석훈
유진기업(023410) 상무가 최근 회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유 상무가 지분 4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우진레미콘은 올 초 유진기업 지분 일부를 매입했는데, 이는 곧 유 상무 경영 능력을 평가할 시험장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사 실적은 올 1분기에도 순항을 타는 듯했지만, 주력 레미콘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재무부담은 무거워지고 현금 곳간은 마르는 등 이상기류가 포착된 만큼 이제는 레미콘 사업에 매스를 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유진기업은 유진그룹 지주회사 격으로 레미콘 제조업을 주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유경선 회장(지분율 11.54%)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총 38.88%로, 유 회장 장남인 유석훈 상무가 3.06% 지분율을 확보 중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지지난달 30일 유진기업 주총에서 유 상무를 상근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했다.
경복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진자산운용 등에 적을 뒀던 유 상무는 유 회장이 유진기업 수장에서 물러난 2015년, 회사 사내이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금번 주총 결과 2024년 3월까지 유진기업 의사 결정권을 쥐게 된 건 유 상무가 유 회장 뒤를 이어 유진기업 선봉장 역할을 맡을만한 역량을 갖췄는지 판단할 장(場) 형성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유 상무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전에서도 첨병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 연임과 맞물려 자연스레 시험대가 조성되는 기류다. 회사 계열사 우진레미콘이 유진기업 주식 10만2500주(0.13%)를 지난 1월 확보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진레미콘은 유 상무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우진레미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317억원, 유진기업 간 매출·매입거래는 각각 2100만원, 4억4000만원가량으로 2019년 대비 약 78.0%, 35.0% 줄었다. 대신 유진기업 계열인 레미콘 제조사
동양(001520)과 4억원 이상 매출거래가 인식됐다. 동양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유 상무는 지난달부터 이곳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회사 캐시카우인 레미콘 분야가 유 상무가 재간을 발휘할 전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유진기업과 내부거래를 통해 우진레미콘과 동양이 외형을 확장할 공산이 커 유 상무 경영 행보를 진단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단 얘기가 나온다. 짚어볼 부분은 유진기업 최근 성적표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회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0.96%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4438억원으로 4%가량 늘었다.
다만, 별도 기준 매출액(8070억원)은 2019년보다 7%, 영업이익(231억원)은 42.7% 감소하며 본업이 휘청거렸다. 레미콘 부문 매출액은 4738억원으로, 2019년 5274억원과 비교했을 때 10% 내림세다. 관련 영업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했다. 매출원가와 판매비와관리비가 늘어난 것이다. 레미콘 사업은 1~3월엔 손실(24억원) 기조를 보였다.
먼저, 유 상무가 모니터링할 요소는 원가 변동성이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저 효과와 정부 주택 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레미콘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면서 “주택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부동산 규제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후방 시멘트업계의 가격정상화 의지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위험이 제약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부채감도 덜어내야 한다. 유진기업 작년 조정 연결 재무제표(금융 부문 제외)상 총차입금은 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65%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5188억원이 1년 이내 만기 도래한다. 회사 현금성자산은 2020년 기준 1500억원을 약간 웃돌아 단기 상환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유진기업의 꾸준한 인수합병(M&A) 결과로 관측된다.
회사는 앞서 △
고려시멘트(198440)(2004년) △하이마트(2008년) △동양(2016년) △유진저축은행(2017년)를 인수하는 등 유독 M&A에 적극성을 내비쳤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도 같은 맥락이다. 일련의 과정은 지난해까지 매년 200억~300억원대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을 초래하기도 했다. 작년 유진기업 내부순현금흐름(ICF),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은 각각 -197억원, -227억원으로 자정력이 다소 악화한 상태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유 상무 경영 행보를 언급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M&A 움직임과 관련해선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만기 도래 차입금은 전액 연장된 상태”라며 “유진기업 신용과 담보로 차환, 연장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레미콘 사업의 경우 기업간거래(B2B)가 부지기수”라며 “운송비와 시멘트 가격 인상 등으로 레미콘 부문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를 업계 전반적인 상황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진기업 별건보다 업황을 고려한 전망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