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위기 벗어났지만…순손실 261억원으로 '악화일로'대표이사·최대주주 변경 통해 사업 다각화 시도…바이오 사업 '자본잠식'올 1분기 본업도 휘청이는 모양…이경찬 대표 사업 선구안 발휘할 시점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기업용 비즈니스 플랫폼 전문기업
투비소프트(079970)가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덜어냈지만 여전히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부침을 겪으며 심각한 경영불안 속에 투자자의 혼란은 가중됐고, 힘을 실었던 바이오 사업은 자본잠식에 빠지며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이경찬 대표가 수장에 올랐지만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며 현금 곳간도 비어가고 있고 신·구 경영진 갈등까지 폭발하며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투비소프트는 가까스로 관리종목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2017~2019년(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59억원, 46억원, 43억원의 ‘줄적자’가 이어진 터라 지난해 흑자전환이 절실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최근4사업연도 장기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회사는 2020년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하며 당면 위기를 간신히 극복했다. 다만,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적자(20억원)다. 작년 순손실은 261억원으로, 근 5년 중 가장 악화한 수치다.
투비소프트는 최대주주 애니팬비티에스를 대상으로 한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고, 지난달 바이오 사업 첨병인 조강희 대표가 회사 지휘봉을 내려놨다. 1만원대였던 회사 주가는 어느새 1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본란은 잇단 지분 구조 변화와 체질 개선에서 시작됐다. 근 6년간 회사 방향을 살펴보면 이렇다. 투비소프트는 기업용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회사로 2000년 설립돼,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꾸준히 실적 상승곡선을 그려온 회사는 2015년 첫 번째 전환점을 맞았다. 김형곤, 최용호 각자 대표 등 회사 창업자들이 물러나고, 특수목적법인(SPC) 피스티스파트너스가 투비소프트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다.
그해 회사는 전자결제, 전자금융업, 엔터테인먼트, 투자 자문 등 다수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곧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듬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보이더니, 2017년 100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2018년, 투비소프트는 에이티글로벌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바뀌며 또 분수령을 맞았다. 에이티글로벌홀딩스는 바이오 전문기업 에이티파머의 SPC 격이다. 사실상 투비소프트 본업보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수였던 셈이다.
한미약품(128940),
셀트리온(068270) 부사장 출신의 조강희 대표가 투비소프트 수장에 올랐다. 이왕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부학장 겸 에이티파머 연구개발총괄이사(CTO)는 사내이사에 오르고, 김보형 티아이파트너 대표 겸 에에티파머 재무이사(CFO)와 디팍 바트 하버드대학교 교수도 2018년 6월 투비소프트의 사내이사로 등재했다. 주가가 1만원대를 웃돌며 상승기류를 탔다.
녹십자(006280), LG생명과학,
휴메딕스(200670), 셀트리온에서 잔뼈가 굵은 권영덕 폴라이브 사장도 투비소프트에 합류했다.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50억원을 상회했다. 그해 12월, 주가는 4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2018년 연간 영업손실은 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듬해 오명식 전 삼정KPMG 부회장·팬지아21 회장이 조 대표와 각자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지만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9년 매출액은 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줄고, 적자(108억원) 간극은 더 벌어졌다. 2019년 말 주가는 2000원대를 서성거렸다.
지지난해 현금성자산(83억원)은 2018년 대비 60% 이상 줄었다. 2020년 초 오 대표가 사임하고, 조 대표 단독 체제가 이어졌다. 미래오성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도 무산됐다. 현재 기류는 오 전 대표에서 애니팬비티에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변곡점을 맞은 지난해 4월부터 이어졌다. 애니팬비티에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국내 데이터기술(DT) 전문기업 애니팬이 설립한 SPC다.
이경찬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투비소프트에 선봉장 역할을 맡게 됐다. 지난 1월, 회사는 2대주주인 뉴젠홀딩스의 장선수 대표까지 포함한 3인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런 숱한 변화는 경영권 다툼을 초래하기도 했다. 지지난달 투비소프트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 내용을 종합해보면, 조강희 대표와 김보형 사내이사 등 바이오 (신)사업 주역들과 새로운 경영진 간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지난달 투비소프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IB토마토> 취재 결과 여전히 투비바이오신약을 이끌고 있다. 그간 공들인 바이오 사업 성적은 ‘낙제점’이다. 투비소프트가 지난 17일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투비소프트신약의 순손실은 4억원, 자기자본은 -1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연간 실적 기준으로도 순손실은 31억원, 자기자본은 -1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엔비레즈도 완전자본잠식으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업도 휘청이는 모양새다. 미국법인(자회사) 넥사웹(NEXAWEB)과 일본에 소재를 둔 손자회사 넥사웹재팬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한 탓에 1분기 UI·UX 개발 플랫폼 부문 영업적자는 3억원으로 책정됐다. 넥사웹재팬의 경우 작년 1분기 매출액 15억원가량, 1억원 이상 순이익을 냈지만 1년이 지나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투비소프트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적자, 순손실은 각각 4억원, 7000만원으로 아직 적자 기조다. 90억원을 웃돌던 유보 현금도 1~3월 50억원가량 줄었다. 정리해보면 내부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이 수차례 불었지만, 정작 성과는 마이너스(-)였다는 결론이다. 이경찬 대표는 “실적의 질적 안정성과 지속 성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확보할 것”이라고 최근 역설했다. 흑자 흐름을 지속하는 데 방점을 찍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계륵인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는 등 이경찬 대표의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IB토마토>는 투비소프트에 올해 경영 행보에 대해 문의했지만, 회사 측은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