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화자산운용을 제치고 국내 자산운용업계 빅3(순자산 기준)에 이름을 올린 KB자산운용이 이사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새로운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이현승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선호해왔던 학계의 교수 출신 대신 현장 전문가를 중용하며 다양성과 전문성, 대응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통상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목표를 비롯해 지배구조 수립, 합병과 같은 조직의 중요한 사안을 의결하고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외형성장에 더 속도를 내려는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수원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라임·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운용사 내부통제·준법감시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박 부회장은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거쳐 금융감독원 감사를 역임한 바 있다. 사외이사 임기는 이달 1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1년으로, 박 부회장은 KB자산운용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준법감시체제를 강화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진도 대폭 물갈이 됐다. 현재 KB자산운용의 사외이사는 이광준·김석진·한동주·이석형·박수원 등 모두 5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이 올해 사외이사진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광준 사외이사의 경우 오는 5월 말 임기 만료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진 대부분이 바뀌는 것이다.
기존 교수 출신으로 이뤄졌던 사외이사의 면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광준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비롯해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홍성태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김석진 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등 교수 출신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법조·회계·운용업계 출신 등으로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이현승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책임이 막중해진 만큼 경영전략과 목표를 수립, 업무집행을 감독할 이사진도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로 채운 셈이다.
올해 1월 선임된 한동주 사외이사의 경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실장과 흥국자산운용 대표·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운용 전문가며,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법무법인(유한) 산경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승 대표. 사진/KB자산운용
이와 함께 이현승 대표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재민 공동대표가 작년 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작년 말 57%에서 현재 71%로 늘었다. 사외이사진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KB자산운용 내부규범에 따르면 이사회는 경영목표를 비롯해 지배구조 수립 등 정관 변경, 합병과 같은 조직의 중요한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KB자산운용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조언을 바탕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경영과 수익성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투자업계 화두인 ESG·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KB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펀드수탁고+투자일임계약고)은 104조7687억원으로, 한화자산운용을 제치고 약 7년 만에 3위 자리에 올랐다.
앞서 KB자산운용은 대표지수추종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0.012%·KBSTAR 200TR 기준)로 인하했으며 이현승 대표이사 직속으로 ESG&PI실을 신설하고 부채연계투자(LDI) 조직을 LDI본부와 LDI전략실로 확대하는 등 대체투자부문에도 힘을 주고 있다. 이 결과 순이익과 영업이익도 반등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동기(44억원) 대비 352.3%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69억원에서 268억원으로 증가했다.
KB금융(105560)지주 이익 가운데 KB자산운용이 기여한 비중은 0.6%에서 1.56%로 올랐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내부 규범상 임기가 1년이고 연속해서 5년을 초과할 수 없다”면서 “(전문성 등) 자격요건을 보고 결정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