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메가마트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농심(004370)가(家) 3남 메가마트 신동익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에서도 수년째 이어지는 적자 골을 끊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남 신동원호 농심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하면서 가문 내 명암이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메가마트는 호텔농심, 앤디에스 등을 종속회사로 전개하는 유통사업체다. 농심 창업자인 故신춘호 회장의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가 57%의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다. 농심 계열사는 1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2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으로 일찍부터 교통정리를 완료하며 개별 경영 행보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농심 계열사 형님격인 농심은 새우깡과 짜파구리 등 라면과 스낵사업을 필두로 그야말로 대박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농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6% 뛰어오른 2조6398억원, 영업이익은 103.4% 증가한 160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이상 증가했다. 농심이 최대실적을 거두자 농심에 라면스프 등을 납품하는
율촌화학(008730)도 전년 동기 매출이 3.4%, 영업이익은 45.4% 증가했다.
출처/메가마트
농심 계열에 호실적이 줄을 잇는 가운데 메가마트만 예외로 남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가마트는 지난해 매출 5262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19로 ‘집밥족’이 늘면서 그로서리 수요 증가로 이마트는 사상 최대매출,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190억원으로 흑자전환하는 등 대형마트가 반사 수혜를 누렸던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문제는 메가마트 침체가 단기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메가마트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부터 (-) 21억원→2018년 (-)75억원→2019년 (-)121억원, 그리고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당기손익 측면에서도 2018년 (-)70억원 → 2019년 (-)126억원 → 지난해 (-)133억원으로 순손실 폭이 늘어나고 있다.
영업 지표가 나쁘다 보니 재무건전성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201.34% → 2019년 226.57% → 지난해 298.26%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23.4% → 22.2%→ 18.7%로 떨어졌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창출 능력도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억원 수준인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액이 162억원에 달해 대출이나 회사채, CP 등을 활용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메가마트 실적이 계속 악화됐다는 점에서 신용도를 이유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수 있고, CP도 금리 문제로 이자비용 부담이 배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악순환 우려가 나온다.
메가마트가 전개한 패션브랜드 엣마크. 출처/메가마트
메가마트 실적 부진은 본업 경쟁력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메가마트는 사업 초기 부산, 경남, 울산 등 지방 중심으로 유통업을 진행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2012년까지는 매장 출점도 활발히 했다. 이후 메가마트는 외형 확대를 위해 신사업에 공을 쏟았지만 수많은 좌초를 경험했다.
일례로 메가마트는 지난 2005년 여성 패션브랜드인 티뷰(t.view), 엣마크(ATMARK) 등 저가형 여성 브랜드를 론칭하며 패션사업에 손을 뻗었다. 자사 메가마트나 홈플러스, 아울렛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전개하며 소비자들과 접점을 만들었다. 다만 여타의 PB처럼 가성비를 앞세워 확실하게 가격을 잡은 것도 아니고, 젊은 세대를 공략하며 유행을 따라가는 브랜드와도 거리가 멀었던 만큼 애매한 입지로 부진을 겪었다. 매출은 매년 1~200억원대 수준에 그치며 적자를 봤다. 결국 지난 2019년 메가마트는 패션사업 중단사업손실 34억원을 반영하며 공식적으로 패션사업에서 손을 씻었다.
또다른 신사업 드럭스토어 부문도 마찬가지다. 메가마트는 지난 2011년 H&B 스토어 형태의 '판도라' 영업을 시작했다. 판도라는 약국을 가맹점으로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일반 H&B스토어와 차별화로 내세웠다. 이후 메가마트는 자회사 뉴테라넥스를 통해 2017년 의약품도매 업체인 남신약품을 인수하고 판도라와 사업간 시너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실적은 이를 받쳐 주지 못했다. 판도라 매출은 메가마트에 포함돼 나오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뉴테라넥스는 지난해 매출 222억원과 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남겼다. 현재 전국 판도라 매장은 20~30개가량이다.
출처/메가마트
온라인 사업도 갈 길이 멀다. 유통업계 내 언택트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전략이 부족한 상태다. 메가마트는 거점 센터에서 상온, 냉장/냉동 택배배송을 전개한다.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1~2일 이후에 받아볼 수 있는 형태다. 물류망이 부족해 유통업계가 공을 쏟는 1시간 배송 등 스피드 배송이 어려운 형국이다. 더군다나 빠른 배송을 위한 배달대행 업체 등과의 협력도 아직 이뤄지지 않는 등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기순이익(감소)은 미래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상품 경쟁력 확보와 온라인 사업 혁신 등으로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