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한 웹젠김태영 대표 체제서 ‘뮤’ 신작·실적 매년 함께잇단 다각화 시도와 실패…‘전민기적2’ 초기 성적 미진최근 자회사 교통정리 시작…“사업 확장 위한 것”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김태영 대표가 수장을 지낸 지 올해까지 햇수로 10년,
웹젠(069080)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금번 호실적은 ‘롤러코스터’를 타던 과거 실적 추이와 맞물려 봤을 때 예의주시할 만하다. 여전히 ‘뮤’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한껏 기대를 모은 ‘전민기적2’ 성적도 예상외로 부진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재선임된 김 대표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웹젠이 2000년 설립 후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웹젠은 2019년 대비 109% 늘어난 1082억원의 영업이익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294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863억원)도 105% 증가했다. 모든 재무 지표가 우수해졌다. 작년 잉여현금흐름(FCF)은 2019년 148억원에서 790% 늘어난 1319억원, 회사 자정 능력 평가 잣대인 내부순현금흐름(ICF)은 495억원으로 마이너스(-) 기조를 벗어났다.
작년 상반기 출시한 ‘뮤 아크엔젤’과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를 모바일로 구현한 ‘R2M’의 선전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짚어볼 부분은 2015년 웹젠과 지난해 회사 모양새가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2015년 웹젠 매출액, 영업이익은 2014년에 비해 각각 230%, 425% 증가한 2422억원, 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601억원)은 무려 614% 증가했다.
김태영 대표가 웹젠 지휘봉을 잡은 4년째 되던 해였다. 그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선택적 전략, 그중에서도 해외 시장이었다. 그는 2002~2005년
NHN(181710)에서 해외사업팀장을, 이어 2010년까지 NHN게임즈 전략기획실장을 맡았고 그해 웹젠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라 회사 내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경력을 비춰보면 ‘새 판 짜기’에, 특히 해외 시장 개척에 정통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가 주목한 건 2001년 출시한 회사 고유 지식재산권(IP) ‘뮤(온라인)’, 그리고 중국 시장이다. 2014년 중국 37게임즈는 ‘대천사지검’을 출시, 게임은 뮤 IP를 활용했고 웹젠은 로열티 수익을 얻었다. 이듬해, 중국 게임 개발사 천마시공이 ‘전민기적’을 내놨다. 국내에선 ‘뮤 오리진’으로 2015년 출시했다. 정리해보면, 뮤 IP를 활용한 여러 게임이 2015년 웹젠 급성장의 윤활유 역할을 했고, 이는 김 대표 공적으로 꼽을 수 있다.
뮤 오리진은 다만, 점차 화력을 잃었다. 2016~2017년 매출액은 약 2200억원, 1663억원으로 2015년 대비 각각 9%, 31%씩 쪼그라들었다. 2017년 영업이익은 2015년보다 41% 감소했다. 2018년 김 대표가 다시 꺼내든 카드는 ‘뮤 오리진2’였다. 재차 상승기류를 타는 듯했지만, 2019년 하락세를 보였다. 회사 굴곡엔 이처럼 뮤 IP가 함께했다.
2020년 실적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가 기지를 발휘했다기보다, 20년 전 출시한 뮤를 재활용(뮤 아크엔젤)한 결과다. △2015년 어닝 서프라이즈 △2018년 전년 대비 반등 등 꽃길 걷는 웹젠 뒤엔 뮤 관련 신작이 있었다. 김 대표가 그간 뮤에만 다 걸기 한 건 아니다. 그는 IP 다각화를 모색하고자, 2017년 ‘아크로드 어웨이크’를, 지지난해 ‘퍼스트 히어로’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뮤 이외 이렇다 할 성장 동력 ‘전무’
그러나 참패했다. 아크로드 어웨이크는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퍼스트 히어로’는 아직 서비스 중이지만 성적을 계상할 수준이 아니다. 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골프 게임 ‘샷 온라인’ IP 개발사 온네트를 2015년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IP를 모바일로 녹여냈지만, 결과는 부진했다. 뮤를 덜어내려 갖가지 시도를 했지만, 남는 건 뮤뿐이었다.
물론, 뮤는 여전히 중국에서 각광받는 IP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가 ‘전민기적2’를 출시(퍼블리싱)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게임 출시 날이었던 지난달 9일, 웹젠은 올 들어 최고가인 4만8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37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영요대천사’도 있다. 웹젠이 중국, 대만 등에서 뮤 IP 관련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회사만 10곳이다. 회사 영업 부문 로열티 수익은 610억원을 웃돈다.
전민기적2 성적이 예상을 밑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에 따르면 전민기적2는 출시 초, iOS 매출 순위 5~10위를 기록했다. 다만, 6일간 12~19위를 기록하며 10위권 밖을 벗어났다. 전민기적, 즉 뮤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다. 전민기적2 성적이 신통치 않자, 주가는 연신 하향곡선을 그렸다. 게임 출시 날 장중 한때 5만300원을 터치했던 주가는 3일 3만355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듯 뮤 흥행 지속성에 제동이 걸리면, 회사 주가와 수익성 등이 악화할 수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으로 꼽혔던 전민기적2가 기대치에 미달하면서 재료가 소진된 상황”이라며 “차기 기대 일정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지금은 과도기적인 모멘텀 공백기”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대응 방법으로 뮤 아크엔젤의 해외 시장 진출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성패를 좌우할 만한 게임이 뮤 이외 없단 해석으로도 읽힌다.
김태영호 웹젠 2024년 3월까지…차기 과제는 IP 다각화·뮤 무게 ‘덜기’
김태영 대표는 이런 기류에서 2024년 3월까지 회사 선봉장 역할을 이어간다. 지난 3월 웹젠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되면서다. 여느 때보다 회사 흥망이 뮤를 통해 좌지우지한 데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출사표를 던진 전민기적2의 성적이 당초 예상을 하회한 건 경고음이다.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 창출원을 나눠야 한다.
고무적인 점은 회사 유보 현금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여러 선택지를 늘여놓을 수 있다. 2020년 웹젠 기말 현금·현금성자산은 880억원에 달한다. 이익잉여금은 3227억원가량으로, 신작 개발과 게임 개발 회사 확보 여력이 충분하다. 앞서 온네트 인수 사례를 보면 하지만, 도돌이표일 수도 있다. 김태영 대표가 수장직을 겸하고 있는 온네트는 지난해 순손실 22억원으로 회사 재무지표에 균열을 냈다.
관계기업투자 성과도 ‘제로(0)’다. 아름게임즈 지분 31.7%를 확보했지만, 이곳은 최근 결산 기준 손상차손 16억원가량을 인식한 데 이어 자본잠식 상태다. 김 대표도 공과를 자각한 듯 보인다. 최근 자회사 교통정리에 들어가면서 무게추를 옮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웹젠은 각각 약 5억원, 2억원 손실 기조를 보였던 개발 자회사 웹젠체리힐, 웹젠블랙엔진의 사명을 웹젠블루락, 웹젠블랙엔진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웹젠비트와 웹젠노바를 올 초 새롭게 신설했다. 개발 역량을 더욱 확장해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단 방침이다. 뮤에서 벗어나, 신작 게임 출시 예열을 시작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웹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뮤 의존도에서 탈피하기보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자회사가 막 출범한 터라 게임 장르와 구성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